[청와대 5자 회동] 朴 “집필진 80% ‘편향’” 文 “왜 국정화 매달리는지 이해 안 돼”

입력 2015-10-23 00:33 수정 2015-10-23 01:09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김무성 대표, 박 대통령,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 서영희 기자

예상대로였다. 7개월 만에 마련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22일 회동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정면충돌 양상으로 진행됐다. 전체 회동시간 중 30여분간 사실상 언쟁 수준의 격론이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회동시간의 40%가 교과서 국정화 부분에 할애됐고, 토론 중간에 참석자들이 말을 끊고 재반박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교과서 국정화 난상토론, 반박에 재반박=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먼저 포문을 열었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박 대통령, 이종걸·원유철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문 대표는 회동이 비공개로 진행되자마자 “국민은 국정 교과서를 친일미화, 독재미화 교과서로 생각한다”고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는 “획일적인 역사교육을 반대한다”며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대통령이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헌법은 국가가 국민에게 쓴 연애편지’라며 “그런데 국가가 헌법정신을 스스로 왜곡하는 주역이 돼선 안 된다. 국정 교과서는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현행 교과서가 우리 현대사를 ‘패배주의’ ‘못난 역사’로 가르친다면서 국정화는 “이를 바로잡자는 순수한 뜻”이라고 답변했다. 또 “검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의 80%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특정 인맥으로 연결돼 7종의 검정 역사 교과서를 돌려막기로 쓰고 있다”며 “결국은 하나의 좌편향 교과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정 교과서는 불가피하다”고 단언했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에게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줘야 통일시대를 대비한 미래세대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다”며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일부 근현대사 교과서는) 6·25전쟁을 남북 양측의 책임으로 보고 있다”고 전제한 뒤 “우리 역사를 스스로 비하하고 자신감을 잃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고 이종걸 원내대표가 전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특정 인맥’과 관련해 “전교조나 민족문제연구소”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90% 이상이 좌파 학자들로 구성돼 있다”고 거들었다.

김 대표는 특히 문 대표의 모두발언을 문제 삼았다. 김 대표는 “지금 집필진 구성도 안 됐고 단 한 페이지도 쓰이지 않았는데 교과서를 친일이니 독재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일 및 독재 미화 시도를 중단하라고 한 문 대표 발언에 대해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참고 있었는데 그만하세요”라고도 했다.

여야 대표는 근현대사의 구체적 기술 사례까지 거론하며 논쟁을 벌였다. 김 대표는 “교사용 지도서는 특히 문제가 많다”며 “왜 우리 아이들이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며 김일성 주체사상탑에 (있는) 화강석 2만5000개, 계단 70개를 왜 알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또 “남한은 정부 수립으로 표현됐고,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으로 기술됐는데, 이게 잘못된 것 아니냐며 구체적인 내용까지 얘기했다”고도 했다.

◇나머지 현안도 접점 찾기는 난망=경제·노동개혁 등 기타 현안에서도 전혀 접점을 찾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관련 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으나 문 대표 등은 현격한 시각 차이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법안에 대해 “17년 만에 이뤄진 노사정 대타협”이라며 “노동개혁 5개 법안을 조속한 시일 내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표는 “5대 입법은 노사정 대타협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여야는 오는 30일부터 가동되는 여야정 협의체에서 한·중 FTA 비준동의안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문 대표는 ‘일본과 합의 시 자위대의 입국을 허용할 수 있다’는 황교안 총리 발언에 대해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한국의 동의가 없으면 (자위대는)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고 그 결정은 대통령인 제가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혁상 임성수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