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여야 지도부 ‘5자 회동’] ‘국정 교과서’ 담판 빈손으로 끝났다

입력 2015-10-23 00:17 수정 2015-10-23 01:12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7개월 만에 만나 정국 현안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를 회동 장소로 안내하며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박 대통령,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22일 청와대 ‘5자 회동’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다. 특히 청와대·여당과 야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현격한 인식차를 드러내 향후 정국이 ‘국정화 강행’과 ‘저지 투쟁’의 충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과 가진 회동에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됐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김성우 홍보수석이 전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현재의 교과서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이고 북한이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서술돼 있다. 이렇게 패배주의를 가르쳐서야 되겠느냐. 이걸 바로잡자는 순수한 뜻”이라며 국정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고 새누리당 김 대표가 회동 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정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가 꼭 만들어져야 한다”며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 모두발언에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생을 악화시킬 수 있는 국정 교과서 문제를 꺼내 왜 이렇게 국민에게 고통을 주느냐”며 “국정 교과서 추진을 중단하고 친일·독재 미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후 3시부터 1시간48분 동안 진행된 회동에서 양측은 역사 교과서 문제를 놓고 30분 정도 ‘토론 수준’의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회동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고 경제 살리기와 민생에 전념해 달라는 요청에도 박 대통령은 답이 없었다”며 “대통령과 김 대표의 역사인식은 상식과 너무나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또 “대통령과 김 대표는 역사 교과서 집필자들과 역사학자 대부분이 좌파라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었고, 현행 역사 교과서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부끄러운 나라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는 완고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회동에서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 처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조기 처리, 내년도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 등을 여야 지도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부채 주도 성장이 아니라 소득 주도 성장으로 경제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에게 날을 세웠다. 회동 후 문 대표는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일치되는 부분이 안타깝게도 하나도 없었다. 딱 하나 일치되는 부분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론뿐이었다”고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