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5자 회동] 野 “불통의 극치… 거대한 절벽 마주하는 느낌” 與 “실망스럽고 속 좁은 태도”

입력 2015-10-23 01:06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2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5자 회동’에 대해 “거대한 절벽을 마주하는 것 같은 암담한 느낌이었다”고 평가했다. “우리를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는 격한 반응도 내놨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혹평에 대해 “속 좁은 태도”라고 일축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번 회동에서 확인한 청와대와 여당의 역사 교과서 인식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냉장고에서 더운밥을 꺼내려 한 것 같았다. 마치 국민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섬에 다녀온 느낌”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문 대표도 “(박 대통령은) 왜 보자고 했는지 알 수 없는 태도였다”며 “모처럼 가진 회동을 통해 국민께 아무런 희망을 드리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 일정을 전면 중단한다든지 예산 심사를 거부한다든지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불통의 극치” “전혀 대화가 안 되는 먹통”이라는 격한 말도 터져나왔다. 당 핵심 관계자는 “(5자 회동은) 박 대통령이 27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만든 회동”이라며 “문 대표는 교과서 국정화 연기나 철회가 불가능하다면 민생 정책 부분에서 약간의 합의라도 얻어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결국 이렇게 끝났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5자 회동 결과 보고를 위해 23일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이번 회동에서 양측의 입장 차가 전혀 좁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같은 교과서를 놓고 해석이 다르고 해법이 다르다”며 “(문 대표와) 비슷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인 경제 활성화 법에 대해 “정부가 국회에 다른 법도 아니고 청년 일자리 창출 법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심의조차 안 하는 건 잘못된 이야기”라며 “너무하다”고 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문 대표의 ‘절벽’ 발언에 대해 “교과서 문제를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서만 활용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성찰해 달라”며 “실망스럽고 속 좁은 태도”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역사인식 태도를 꼬집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은 근현대사 교과서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보여줬다”며 “이는 매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근현대사 기술 부분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념 편향성 논란이 제기돼 왔는데도 문제될 게 없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커다란 문제라는 취지다. 다만 청와대는 회동 이후 문 대표의 발언에는 공개적으로 별다른 대응을 하지는 않았다.

전웅빈 문동성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