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팬들은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니느님’이라고 부른다. 니퍼트와 하나님의 합성어다. 그만큼 팬들이 그에게 보내는 신뢰는 남다르다. 올 시즌 부상으로 6승5패의 성적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팬들은 유희관(18승5패)이나 장원준(12승12패)를 제쳐두고 두산의 에이스로 그를 꼽는다.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은 왜 니퍼트가 두산 에이스인지 확실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NC 다이노스와의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은 18일 1차전에 등판했던 니퍼트를 사흘 휴식 후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올렸다.
그 믿음대로 니퍼트는 두산을 구원했다. 두산은 니퍼트의 눈부신 호투로 7대 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을 2승2패로 균형을 맞추고 플레이오프 승부를 마지막 5차전으로 몰고 갔다.
니퍼트는 7이닝 동안 86개 공으로 NC 타선을 단 2피안타 6탈삼진으로 완벽히 틀어막았다. 사사구는 한 개도 없었다. 최고 시속 154㎞의 강속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로 NC 타선을 요리했다. 1차전 3피안타 완봉승을 거둔 니퍼트는 플레이오프에서 16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1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니퍼트가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자 타선은 힘을 냈다. 전날 3안타 빈타에 허덕였던 두산 방망이는 13안타를 몰아쳤다. 두산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6회말 선두타자 민병헌이 2루타를 치고 나간 후 무사만루 기회에서 오재원이 1루수를 넘어가는 2타점 적시타를 치며 승기를 잡았다. 이날 결승타였다. 뒤이어 고영민이 좌전안타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쐐기점을 뽑았다. 오른 발가락 미세골절로 2차전을 결장했던 양의지는 아픔을 참고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1득점을 올리는 투혼을 발휘했다. 또 포수로서 니퍼트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NC는 3차전에서 19안타를 터트리며 활활 타올랐던 타선이 니퍼트에 철저히 막히면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다음 경기로 미뤄야 했다. NC는 니퍼트와 마무리 이현승을 상대로 5안타에 그쳤다. 정규리그 다승왕이었던 선발 에릭 해커는 5⅓이닝 동안 8피안타와 볼넷 3개로 3실점해 1차전에 이어 또 패전투수가 됐다.
5차전은 장소를 바꿔 24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오후 2시에 열린다. 선발은 재크 스튜어트(NC)와 장원준(두산)이다.
모규엽 황인호 기자 hirte@kmib.co.kr
무실점 ‘니느님’… 두산, 벼랑 끝 회생
입력 2015-10-23 00:54 수정 2015-10-23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