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5자 회동] 文 시종 ‘돌직구’에 金 반박… 朴 앞에서 안심번호 진실 공방

입력 2015-10-23 00:50 수정 2015-10-23 01:08
왼쪽부터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김무성 대표, 박 대통령,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 서영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3월 청와대 회동 이후 7개월 만에 마주앉았다.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까지 참석해 여·야·청 5인이 한자리에서 1시간48분간 현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공동 발표문은커녕 원칙적인 수준의 합의조차 내놓지 못했다.

22일 오후 3시 시작된 회동은 1시간48분간 이어졌다. 취재진 앞에서의 짧은 환담이 끝나고 회동은 곧장 비공개로 전환됐다. 여야 지도부를 수행했던 의원들이 전부 퇴장하고 청와대 접견실엔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과 현기환 정무수석만 남았다. 박 대통령이 먼저 방미 성과를 설명했고 이어 문 대표, 이 원내대표, 김 대표, 원 원내대표 순으로 모두발언을 했다.

문 대표는 일단 회동 형식에 유감을 나타냈다. “야당이 대통령을 보는 건 드물기 때문에 ‘5자 회동’을 수용했는데, 대변인 배석도 아니고 후열에 임석해 기록하는 것마저 거부하는 것은 야당과 진정한 소통의 자리를 만들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 유감”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회동 직전까지 대변인 참석을 요구했다 거부당한 데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한 것이다. 옆에 있던 이 원내대표는 “녹음이라도 하겠다”고 했지만 현 정무수석은 “안 된다”고 잘랐다. 이 원내대표는 회동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손이 아프도록 적었다. 이야기하랴, 적으랴 풍부한 토론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국민에게 전해주면 되는 것이지 뭘 한 자 한 자 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문 대표의 작심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박 대통령을 향해 “여야 대표가 합의한 것을 대통령이 압력을 넣어 무산시켰다. 3권분립에 위배된다”고 각을 세웠다. 지난 9월 추석 연휴에 여야 대표가 부산에서 만나 잠정 합의했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문제를 꺼낸 것이다. 이 문제는 여권에 커다란 내분을 불러왔었다. 합의 과정과 제도 자체의 장단을 두고 청와대와 김 대표 간 진실 공방이 벌어졌고, 친박(친박근혜)이 나서서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공격했을 정도로 박 대통령과 김 대표 모두 껄끄러운 사안이었다. 김 대표는 이에 즉각 “(당시) 발표문을 확인해 보시라. 그 지적은 틀렸다”고 반박했고, 문 대표는 “분명한 합의”라고 재반박하며 대통령 앞에서 여야 대표가 실랑이를 벌였다.

비공개 회동에 앞서 잠시나마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먼저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 나와 여야 지도부를 맞았다. “우리 두 대표님과 원내대표님들 사이가 좋으신 것 같다. 귓속말도 하시고. 아주 오랜 친구같이 인사도 나누시는데 실제로 그렇게 사이가 좋으신 건가”라고 인사를 건넸다. 박 대통령이 이산가족 상봉을 언급하자 문 대표가 “저희 어머니가 북한 여동생을 상봉하는 자리에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갔었다”고 하는 등 5분간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았다.

권지혜 최승욱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