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후 7개월여 만에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은 가시적 성과 없이 끝났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은 22일 청와대 5자 회동 결과 브리핑도 따로 했다. 함께 발표할 합의문이 없어서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는 1시간50분 동안 서로 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회동을 끝냈다. 회동 시작 직전까지 의제와 형식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더니 결국 여야의 좁힐 수 없는 간극만 재확인한 셈이다. 사사건건 대립과 반목을 되풀이하는 슬픈 여야 관계의 현주소다.
예상대로 박 대통령과 문 대표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박 대통령은 “패배주의를 바로잡자는 것”이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더 이상 타협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회동 후 “박 대통령의 역사인식이 상식과 너무 동떨어져서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역사 인식과 국정 우선순위, 그리고 문제 해법에 대한 두 사람의 현격한 인식 차이는 앞으로의 정국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정치 불신만 가중시키는 이런 회동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동의, 내년도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 등을 문 대표에게 요청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야당이 협조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발휘할 때 바람이 실현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강하면 부러지는 법이다.
국민들 살림살이가 팍팍하다.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또한 부진하다.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하다. 이렇게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과제를 앞에 두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지는 못할망정 허구한 날 정쟁에만 몰두하면 골병드는 건 국민들뿐이다. 국민에 우선하는 정치 의제는 있을 수 없다.
지금 정기국회가 한창이다. 처리해야 할 안건이 수북하다. 하지만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야가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찾다보니 신뢰가 무너진 탓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은 이번을 포함해 총 여섯 번 있었다. 그러나 대화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부족해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굳이 국회선진화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동력을 받으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대통령이나 문 대표 모두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한 걸음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사설] 청와대 5자 회동 정치불신만 키웠다
입력 2015-10-22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