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잇따른 ‘헛발질’로 파문을 낳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4개 핵심기술 이전을 미국 측으로부터 거부당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을 놓고 은폐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적 지지도를 높이고자 외교 성과를 과대 포장하려다 일을 그르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위대의 한반도 무단 진출 논란은 지난 4월 미국과 일본이 안보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불거졌다.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자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일 양국은 이런 우려를 받아들여 새 가이드라인에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시 ‘제3국’ 주권을 존중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제3국’에 “한국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확인했다.
이에 만족한 우리 정부는 가이드라인 개정의 후속조치인 일본 안보법제 통과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논란이 다시 불붙은 건 일본 측이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우리 정부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한 헌법 3조에 따라 자위대의 북한 지역 진출 때도 우리 측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자위대의 북한 진출 시 우리 정부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스탠스를 취했다.
문제는 일본 측 주장도 상당한 일리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한 유엔총회 결의안 195호는 ‘유엔 감시위원단의 감시가 가능한 지역’, 즉 38선 이남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북한은 또 유엔 회원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주권국가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우리 헌법과 국제법이 정면충돌하는 치명적 모순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지난 6개월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막상 일이 불거지자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셈이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제법적으로만 따지면 일본 입장이 맞다”면서 “그러나 우리 헌법이 북한을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한반도 전체를 통치 범위로 보고 있는 만큼 이런 점을 국제사회에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말 바꾸기’ 논란을 일으켜 ‘엎친 데 덮친’ 모양새를 만들었다. “중국이 국제 규범과 법을 지키지 않으면 한국도 목소리를 내 달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당시 발언을 놓고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윤 장관은 “남중국해의 ‘남’자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 언론의 잘못된 해석”이라고 반박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윤 장관은 한 강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해 파문이 됐다. 외교부는 이를 두고 윤 장관의 ‘말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외교적인 난맥상만 드러낸 꼴이 됐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 ‘거짓 발표’ 논란] 외교·안보라인 잇단 ‘헛발질’… 성과 포장에만 급급
입력 2015-10-22 21:36 수정 2015-10-23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