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건강하슈, 오래 사슈”… 눈물바다 된 작별상봉

입력 2015-10-22 21:38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1차 행사 마지막 날인 22일 버스에 탄 북측 가족들이 금강산면회소를 출발하려 하자 남측 가족들이 혈육의 손을 잡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내 동생….”

북측의 이정우(82) 할머니는 남에서 온 동생 이천우(78) 할아버지를 애달프게 바라보며 머리와 어깨를 연신 쓰다듬었다. 동생을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추며 “우리 몇 년 만에 만났니?”라고 물었다. 동생이 “72년”이라고 답하자 단 한순간이라도 더 동생의 모습을 담아두려는 듯 동생 얼굴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1차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인 22일 금강산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곧 그쳤지만 하늘은 개지 않았다. 반세기를 훌쩍 넘는 이별 끝에 찾아온 한순간의 상봉이 끝났다.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마지막 ‘작별상봉’ 2시간 동안 가족들은 서로의 얼굴을 가슴에 새기며 기약 없는 재회를 약속했다.

이순규(85) 할머니는 65년 만에 만난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의 넥타이를 어루만졌다. 형수 이동임(93) 할머니는 품에서 은가락지를 꺼내 시동생 손에 끼웠다. 아내가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라고 남쪽 가족들이 준비했다. 아내가 남편에게 “건강하슈. 오래 사슈…”라고 당부했다.

전날 딸에게 노래를 불러준 북측 최고령자 이흥종(88) 할아버지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딸 정숙(68)씨는 울먹이며 “어떻게 우리가 상상이나 했어요. 아버지가 이렇게 살아계시는지…. 누가 상상이나 했어요”라고 했다.

오전 11시가 되자 “잘 있으라. 다시 만나자.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로 시작하는, 상봉 종료를 알리는 ‘다시 만납시다’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남에서 온 가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란히 서서 큰절을 올렸다. 할아버지는 중절모를 벗어 손에 들고 가만히 절을 받았다. 할아버지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북측 가족들이 상봉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북측 가족들이 버스 4대에 나눠 타자 “남쪽 가족들, 나가도 됩니다”라는 방송이 나왔다. 남측 가족들이 밖으로 나오자 버스 안의 북측 가족들이 차창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북측 안내원들이 “감기 걸린다”며 창문을 닫았지만 안내원이 다른 곳으로 가면 이내 다시 열렸다. 버스가 출발하자 가족들은 손수건을 흔들며 멀어지는 가족의 모습을 지켜봤다.

조성은 기자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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