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적합업종 실태와 과제] 외국의 중소기업 보호 정책… 美·獨·日, 중기 경쟁력 키우는 지원에 역점

입력 2015-10-23 21:14

외국에도 우리나라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비슷한 제도들이 있다. 인도는 1967년 이후 50년 가까이 소기업 보호정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1000여개에 달했던 소기업 보호 품목을 20여개로 대폭 축소하면서 단계적 폐지수순을 밟고 있다. 제조업 부문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투자가 감소하고 제조업 비중이 감소했다는 이유였다.

물론 경제 개발 단계에 막 접어든 인도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중기 적합업종을 효율적으로 재정비할 시점이라는 지적은 많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23일 “우리나라 중소기업 숫자는 전체 기업수의 99.88%에 달할 만큼 비중이 높지만 전체 국가경제에서 중소기업 기여도는 크지 않다”며 “중소기업이 숫자는 많아도 비효율적인 사업을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중소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4%에 불과하다. 이 실장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하면 중기 적합업종 제도를 이대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경쟁력을 키워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장기적인 정책을 펴온 국가들도 많다. 독일은 1960년대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혁신역량 강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다. 산업연구조합연합회(AiF)라는 조직을 설치해 업종별, 기술 분야별 공통기반 기술을 개발·지원하고 기술표준화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지원 활동을 계속했다. 자유로운 경쟁을 중요시하는 미국은 ‘대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기조로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직접적 개입보다 신용보증 중심의 금융지원과 기업 활동 활성화를 돕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일본 역시 장기침체 이후 보호정책으로는 중소기업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부 업종에서는 동반위의 권고사항이 잘 지켜지고 있다. 전선협동조합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각각 생산·판매에만 주력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아직은 양측이 상생방안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적대시하기보다 상호협력을 선택했다. 재생타이어업계는 2012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자 대기업의 끼워 팔기, 단가 낮추기 등의 행태가 줄어들었다. 전선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전선산업은 사양산업이라 대기업, 중소기업 구분 없이 다 힘들다”며 “경기흐름이 좋지 않다 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법제화냐 아니냐’ ‘규제냐 아니냐’는 논란보다는 장기적으로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정 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결국 중소기업이 자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적합업종 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대기업이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 안 된다”며 “외국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협업하면서 시장 생태계의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최예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