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원들은 지난 9월 7일 오후 대전 유성구 소재 50평형대 아파트에 압수수색을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경찰이 싱크대 옆 오븐 바닥 판넬을 뜯어내자 5만원권 뭉치가 쏟아져 나왔다. 이 돈은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주범 엄모(34)씨의 가족들이 경찰 조사를 피하려고 대여금고에서 빼돌린 5만원권 현금뭉치 3억7500만원이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4시쯤 유성의 한 은행 대여금고를 열었더니 5만원권 100장씩, 10개 돈다발이 묶인 5000만원짜리 돈뭉치 13개가 나왔다. 현금 6억5000만원이 한곳에서 쏟아져 나오자 수사팀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앞서 수사팀은 엄씨가 지난해 12월 범죄수익금 7억8000만원을 전액 현금으로 주고 구입한 유성구의 50평대 아파트와 부인 명의로 계약금 4000만원을 지불한 세종시의 50평대 아파트 존재도 지난 8월 확인했다.
경찰은 이어 엄씨의 아파트 주자창에서 7억원 상당의 람보르기니 1대, 1억5000만원 상당의 BMW 1대, 리스보증금 4500만원을 주고 산 아우디 1대, 팀장급 종업원이 보유한 1억7000만원 상당의 아우디 1대 등을 발견하고 아파트와 함께 범죄수익으로 압수했다. 은닉재산 조사 과정에서 엄씨 등이 태양광발전시설 부지로 구입하려고 계약금 5000만원을 지불한 전북 익산의 공터를 발견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엄씨 등은 특히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을 전액 현금으로 찾아 차명계좌로 보유하거나 부동산 등을 구입했으며, 5만원권 현금 다발을 차량 트렁크에 넣고 다니면서 4년동안 유흥비로 흥청망청 썼다”고 전했다.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2일 해외에 서버를 둔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4년여 동안 163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엄씨 등 3명을 구속하고 B씨(28)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엄씨 등은 2011년 4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50평형대 아파트 2채에 숙소와 작업실을 차린 뒤 필리핀에 서버를 둔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개설, 올해 8월까지 회원 1만2000여 명으로부터 1753억원을 배팅 금액으로 받은 혐의다. 경찰은 이들 일당으로부터 현금 11억원과 32억원 상당의 부동산, 주식, 예금 등 숨겨둔 재산을 압수했다.
소완선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이들은 검거 당시에도 1박에 30만원하는 대전 유성의 한 호텔 VIP실에서 붙잡혔다”며 “중국 현지의 숙소와 작업장을 가동하느라 운영비로 수십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직 입국하지 않은 일당 4명을 지명수배하고 행방을 쫓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4년간 163억 부당이득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 잡고보니… 11억 돈다발에 람보르기니 자동차 소유
입력 2015-10-22 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