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갈등] 애정과 혐오 사이 좁혀질 수 없을까… 개체수 ↑ 갈등 수위도 ↑

입력 2015-10-22 21:49 수정 2015-10-22 23:04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의 시작은 단순한 생각의 차이였다. 한쪽은 밤이면 들리는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싫었고,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 어지럽히는 게 못마땅했다. 다른 쪽은 거리를 헤매는 생명체가 안쓰러웠다. 사람이 버린 동물이니 사람이 돌봐줘야 한다고 했다.

서로 다른 생각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으로 번졌다. 그 수위가 “왜 먹이를 주느냐” “왜 집을 만들어주느냐”고 따지는 이웃 간 다툼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2012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이웃인 ‘캣맘’(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돌봐주는 사람)을 때리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거꾸로 집어넣었다.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캣맘 벽돌 사망 사건’은 캣맘 혐오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며 상당한 논란을 빚었다.

얼마나 많은 고양이가 도시의 거리를 떠도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지난해 버려졌다고 집계된 고양이는 2만966마리지만, 서울에는 25만 마리가 거리를 떠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수가 늘어나는 만큼 갈등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유해야생동물로 지정?=일부에선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자고 주장한다. 집비둘기처럼 먹이 주는 것을 금지해 개체수를 관리하자는 것이다. 건물부식 피해 등을 이유로 집비둘기는 2009년 유해야생동물이 됐다. 환경부는 집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거나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개체 수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길고양이는 집비둘기와 다르다고 본다. 환경부 관계자는 22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먹이를 주는 것을 막더라도 고양이는 사냥능력이 있기 때문에 개체 수를 줄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중성화 수술 등을 하려고 길고양이를 포획할 때 따로 허가받지 않아도 되지만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면 포획허가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중성화’가 최선일까=일부 지방자치단체는 ‘TNR 사업’(길고양이를 잡아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방사하는 것)을 하고 있다. 번식을 막는 것이다. 서울시는 비용 중 50%를 각 자치구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6351마리에게 중성화 수술을 했다. 대한수의사회 김재영 동물보호복지위원장은 “중성화해서 개체 수를 관리하고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안락사 등 비인도적 방법보다 중성화가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비용 문제 등이 걸림돌이다. 서울대 수의학과 신남식 교수는 “중성화를 한다고 해도 방사 이후에 위생문제 등 건강상태가 관리되지 못하는 측면이 많다”며 “중성화보다는 포획해 별도로 보호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동물등록제 등 전반적 관리 필요=각종 감염병 전염 등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정부가 주도적으로 길고양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호시설에서 위생상태를 관리하고, 사람에게 재분양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연구관은 “일본의 경우 고양이에이즈가 삵에게 옮겨 삵을 격리 조치한 사례가 있다. 우리는 아직 고양이에이즈 같은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연구나 실태조사가 미미하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전종호 사무관은 “전국에 유기동물 보호소 368곳이 운영 중이지만 예산·인력 등에서 아쉬운 게 사실”이라며 “반려견만 대상으로 하는 동물등록제에 고양이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개는 동물등록제 이후 재분양되거나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일이 많아졌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