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5자회동] 109분간의 대화… 초반 화기애애, 본론선 급반전

입력 2015-10-22 21:50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김무성 대표, 박 대통령,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 서영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단의 ‘5자 회동’은 1시간 49분간 진행됐다. 초반에는 화기애애하게 환담을 주고받았지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국정 현안 문제로 의제가 넘어가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맞았다. 박 대통령은 “두 대표님과 원내대표님들이 귓속말도 하고 오랜 친구같이 인사도 나누는데 실제로 사이가 좋으냐”고 묻는 등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원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 이름에 ‘종’ 자가 들어가고 제 이름에 ‘유’ 자가 들어간다”며 “19대 국회가 이번이 마지막 회기니까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구호를 만들자고 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언급하며 “우리 정치권이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표는 “제 어머니가 북한의 여동생을 상봉하는 자리에 어머니를 모시고 갔었다”며 상봉 확대와 정례화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빨리 정례화되고, 서신교환과 생사확인이라도 됐으면 (해서)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회동장에 배석했던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과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회동이 비공개로 전환되면서 퇴장했다.

새정치연합은 회동 직전까지 대변인 배석과 모두발언 공개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문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말 쪼잔한 청와대”라며 청와대의 대변인 배석 거부 방침을 비판했다. ‘서열상’ 회동 내용을 기록해야 하는 이종걸 원내대표도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가 (동시에) 쓰고 읽고 말하는 게 힘들 뿐 아니라 격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박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와 공식 회동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대부분 편안한 분위기 속에 회동이 진행됐지만 국정 현안 문제로 강하게 충돌한 경우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4월 12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문희상 당시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당 지도부와 회동하고, 장·차관급 인사 낙마 사태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해 9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두 번째 회동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 등을 놓고 강하게 충돌하며 합의문조차 발표하지 못했다. 첫 여성 대통령과 첫 여성 야당 원내대표(박영선) 간 회동으로 시선을 끌었던 지난해 7월 10일 회동에서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등 인사 문제가 논의됐다. 지난 3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간 3자 회동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연말정산 문제 등이 약 100분간 심도 있게 논의됐다.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