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바이든” 미소 짓는 힐러리

입력 2015-10-22 22:14 수정 2015-10-23 01:01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끌어안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22일 미 의회 벵가지 특별조사위원회에 출석한 장면. 벵가지특위는 2012년 리비아 무장집단이 리비아 벵가지 소재 미 영사관을 공격해 대사를 포함한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로, 당시 국무장관이 클린턴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힐리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대세론에 다시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차 TV토론 이후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클린턴 전 장관에게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오랫동안 장고를 거듭해온 조 바이든 부통령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바이든 부통령의 불출마로 민주당의 대선 경선은 ‘클린턴 vs 샌더스’ 양자대결로 좁혀졌다.

◇바이든 불출마 배경=바이든 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의 부인 질 바이든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든 부통령의 곁에 서서 그의 발표를 지켜봤다.

바이든 부통령은 회견에서 장남인 보 바이든이 뇌종양으로 숨진 지난 5월 이후 가족들이 애도기간을 보내고 있어 현실적으로 대선에 출마할 준비가 돼 있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바이든 부통령은 “나와 가족이 (장남을) 애도하는 중이어서 현실적으로 선거캠페인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닫혔다”며 “가족이 준비돼 있지 않는 한 나는 출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대권 도전을 접은 데는 가족 문제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경선 승리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차 TV토론 이후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출마 선언을 미루면서 TV토론에 참가하지 못한 바이든 부통령이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무엇보다 그의 권력의지가 약한 것이 대권 도전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 경선 판도=바이든 부통령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불출마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을 후보는 클린턴 전 장관이다. 두 사람의 지지층이 겹치는 데다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하지 않으면 그의 지지자들이 샌더스 의원보다 클린턴 전 장관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ABC방송의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할 경우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의 지지율 격차는 31% 포인트이지만,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하지 않을 경우 39% 포인트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부통령이 불출마할 경우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은 54%에서 64%로 10% 포인트 증가하지만 샌더스 의원의 지지율은 23%에서 25%로 겨우 2% 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미국 WBUR방송이 지난 15∼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뉴햄프셔주에서도 38%의 지지율로 샌더스 의원(34%)을 오차범위(4.9% 포인트) 내에서 앞섰다. 최근 클린턴 전 장관은 대선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주에서 줄곧 샌더스 의원에게 밀리며 고전했었다.

공화당은 22일 열린 벵가지 특별조사위원회에 클린턴 전 장관을 출석시켜 공세를 강화했지만 클린턴 전 장관이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