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민 소설가 아모스 오즈(76)가 한국을 찾았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24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한다.
오즈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상에는 옳은 것과 옳은 것의 대결, 잘못된 것과 잘못된 것의 대결이 있지만 뚜렷한 선과 악의 대결은 없다”며 “그림을 흑과 백으로만 칠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오즈는 지난 10여년간 빠짐없이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세계적인 작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 분쟁과 관련,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수립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양국 방안’을 공개 지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평화운동을 펼쳐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양국 분쟁에 대해서 “지금 상황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악당과 착한 사람 사이의 충돌이 아니라 옳은 자와 옳은 자의 충돌, 희생자와 희생자 사이의 싸움”이라며 “흑백의 그림을 그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이스라엘 사람들은 나를 아주 위험한 배신자라고 하지만 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한곳에서 살 수 있는 타협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루살렘 출신인 오즈는 1965년 첫 단편집 ‘자칼의 울음소리’ 이후 지금까지 38권의 저서를 발표했다. 그의 작품들은 42개 언어로 번역됐는데, 한국어로 나온 대표작으로는 ‘나의 미카엘’ ‘첫사랑의 이름’ ‘블랙박스’ ‘여자를 안다는 것’ 등이 있다.
오즈는 “소설에 자신이 산 곳의 역사와 삶을 반영한다는 점이 박경리와 비슷하다. 특히 박경리의 ‘토지’는 저의 자전적 소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와 비슷하다”면서 “저는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에서 저의 국민, 국가,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 가족의 시선과 한 가족의 역사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캐릭터를 내면에 임신하듯 안고 있고, 그들이 어디서 왔고 어떤 걸 부끄러워하는지, 무엇을 꿈꾸는지 듣고 나서야 비로소 펜을 든다는 그는 글을 쓸 때든, 정치적인 견해를 밝힐 때든 언제나 다른 이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로서 저의 일은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남편과 부인, 부모와 자식, 남매와 형제 등이죠. 어떨 때는 한쪽이 더 맞고 한쪽이 틀립니다. 하지만 제가 소설을 쓸 때는 양쪽을 모두 동정합니다.”
박경리문학상은 소설가 고(故) 박경리(1926∼2008)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강원도와 원주시의 후원을 받아 2011년 토지문화재단에서 제정한 세계문학상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이스라엘 국민 소설가 아모스 오즈 “세상에 선과 악의 대결은 없다… 흑백으로만 칠하려고 해선 안돼”
입력 2015-10-22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