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2일 만에 열린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1부가 막을 내렸다. 북측 가족이 상봉을 신청해 금강산으로 향한 1차 방문단은 22일 아쉬운 작별상봉을 끝으로 남측으로 돌아왔다. 분단의 비극에 온 국민이 눈물을 흘렸지만 전체적으로 미흡한 부분도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북한이 과거와 달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 24일부터 방북하는 2차 방문단의 주의도 요구된다. 결과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전면적인 생사확인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60여년 기다려 만난 건 겨우 12시간=행사에 참여한 가족들은 무엇보다 함께 있는 시간이 적은 것에 불만이 많았다. 이산가족 행사는 2박3일 동안 단체상봉 두 차례, 개별상봉·환영만찬·공동중식·작별상봉 각 한 차례로 이뤄진다. 여섯 차례 행사는 각각 2시간 동안 진행돼 꿈에 그리던 혈육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다 합해야 12시간뿐이다. 남북 가족들이 묵는 숙소도 서로 달라 상봉시간 외에는 모든 연락이 두절된다. ‘상봉’이라기보다 ‘면회’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만나서 얘기 좀 했다 싶으면 헤어지니 마지막 작별상봉에선 진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의 누나 박용순(82)씨를 보러 온 박용득(81)씨는 작별상봉에서 “누님, 내가 차로 다시 북으로 보내줄게. 그러니 오늘은 우리 같이 서울 가자”며 눈시울을 붉혔다. 누나의 북측 아들 송철환(55)씨가 “통일되면 만날 수 있어요”라고 말했지만 박씨는 “그게 문제가 아니다”며 말을 끊었다. 이어 “내 가족을 우리 집으로 데려가겠다는데 왜 안 되느냐”며 통곡하기도 했다.
정부도 이런 지적을 의식해 상봉시간을 늘리려 했지만 북한 당국의 거부로 작별상봉 시간만 1시간 늘리는 데 그쳤다. 북한은 북측 가족들이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로 상봉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 주의보=이산가족 세대가 고령화하면서 안전 문제도 우려를 사고 있다. 대부분 80대인 1차 방문단에 비해 2차 방문단엔 90대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번 상봉 과정에서도 지병으로 구급차를 타고 방북하거나 상봉 과정에서 건강 악화로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동생 용득씨와의 작별상봉 도중 북측 박용순씨가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의료진이 긴급 투입됐다. 평소 고혈압이 있던 박씨는 외부로 나가 혈압과 열을 잰 뒤 테이블로 돌아왔다. 오빠 염진봉(84)씨를 만나러 온 진례(83)씨도 허리디스크가 악화되고 알츠하이머병(치매) 초기 증상도 보여 이틀째 상봉 행사를 모두 포기했다. 이 외에도 설사나 소화불량 등으로 의무실을 찾거나 장시간 진료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방북 의료진 관계자는 “첫날부터 조를 짜서 매일 각 방을 돌며 지병과 건강상태를 체크했다”며 “2차 방문단엔 고령자가 더 많아 안전 관리를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자기기 감시 강화=북한은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기자단은 물론 방문단 전체의 노트북과 태블릿PC를 전수 조사했다. 이 중 북한에 대한 정보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문제를 삼았다. ‘법과 원칙’을 들이대며 2중·3중으로 감시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전자기기는 두고 가는 게 좋다. 정부도 북측의 감시 강화에 대해 항의하고 있지만 당장 성과를 내긴 어렵다. 디지털카메라와 함께 폴라로이드카메라를 가져가면 북측 가족과 사진을 나눠 가질 수 있다.
강준구 기자,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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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3 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