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원천징수… 국세청만의 희망사항?

입력 2015-10-22 20:46
국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부가가치세 원천징수 방안이 현실의 벽에 부닥쳤다. 관련 세법을 고쳐야 할 기획재정부 세제실과 국세청 대신 원천징수 업무를 맡을 신용카드사가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 20일 열린 국세행정포럼에서 주점업 등 일부 업종의 부가세를 기존의 사업자가 신고하는 방식 대신 신용카드사가 원천징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가세는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포함시켜 내는 세금이다. 1만원의 음식값 중에는 1000원(10%)의 부가세가 포함돼 있다. 현재는 사업자가 이를 모아뒀다가 1년에 2번 국세청에 신고해 대신 납부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고의부도, 폐업 등의 방법으로 사업자가 내지 않는 부가세 체납액이 7조원을 넘어서는 등 세수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세청 방안대로 부가세를 신용카드사가 매입액에서 10%를 사업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국세청에 대리납부하면 이런 체납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이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 제도를 도입한 나라가 한 곳도 없는 상황이고 도입 시 관련 세입공제제도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실무적 문제보다는 연말정산 후폭풍 등 국민들의 조세 저항에 호되게 당했던 기재부로선 사업주들의 반발이 뻔한 이 일이 달가울 리 없다.

신용카드사들도 달갑지는 않다는 분위기다. 현 시스템으로는 해당 사업주가 간이과세자인지 등을 파악할 수 없어 국세청 방안대로 하려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업계 한편에서는 신용카드 매출액 중 10%를 사업주에 바로 돌려주지 않고 국세청에 넘겨주게 되면 기간 차에 따른 이자소득을 얘기하지만 시스템 관리·보수비용을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22일 “소비자가 이미 낸 세금이 국고까지 오는 과정에서 탈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원천징수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 공론화가 됐으니 관련 연구와 여론 수렴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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