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학살)는 히틀러가 아닌 팔레스타인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유대인 혐오 기원을 역사적으로 왜곡해 격화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책임을 상대측에 돌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세계시오니스트총회 연설에서 홀로코스트를 촉발한 사람으로 히틀러가 아니라 당시 팔레스타인 출신의 예루살렘 무프티(이슬람 성직자)인 하지 아민 알후세이니를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히틀러는 유대인을 절멸시킬 생각은 없었으며 단지 추방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알후세이니가 당시 히틀러를 만나 “유대인을 유럽에서 쫓아내면 그들은 모두 팔레스타인으로 건너올 것”이라면서 “태워버리라”고 권했고 이것이 홀로코스트의 출발이 됐다고 소개했다. CNN은 “주장을 입증할 비디오나 오디오 심지어 대화록조차 없다”면서 졸지에 홀로코스트의 주범으로 지목된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네타냐후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야권 지도자 이삭 헤르조그 노동당 대표는 “자신이 이스라엘의 총리일 뿐 아니라 유대인의 리더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다. 위험한 역사 왜곡을 즉각 정정하라”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측근인 모세 야알론 국방장관조차 “총리가 무엇을 말한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역사는 매우 분명하다”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발언 다음날인 21일 매우 절묘한 타이밍에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을 가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마음 깊이, 그리고 분명히 나치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다”며 확고한 역사관과 책임의식을 재차 강조했다.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나치학살이 팔레스타인 사주? 네타냐후 무책임한 역사 왜곡
입력 2015-10-22 2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