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영권 다툼 속 롯데가 ‘열정페이’갑질마저 했다니

입력 2015-10-22 18:52
창업주 2세들의 도를 넘은 경영권 다툼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이 이번에는 일용직 아르바이트생에게 갑질을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비판 여론이 거세다. 호텔롯데는 지난 7∼8월 1년 이상 장기 근무한 아르바이트생 13명을 해고하며 퇴직금 지급을 이유로 퇴직 합의서에 서명토록 했다. 문제는 합의서 내용이다. 앞으로 롯데에 대해 민·형사상 이의제기, 고용노동부 진정·고소·고발·이의제기,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물론 퇴직 이후 합의 내용의 비밀을 유지하며 위반 시 책임을 묻는다는 협박성 문안도 포함됐다. 당연히 지급해야 될 퇴직금을 근로자들이 고용노동부 상담을 받고 난 후 요구하자 마지못해 지급하면서 위법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조건까지 내걸었다니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롯데는 사태가 불거지자 합의서를 폐기하고 확인서로 대체하는 한편 법적·행정적 이의제기를 못 하도록 했던 내용도 삭제했다. 그러나 온라인 등에서는 누리꾼들의 비난 반응이 잇따르는 등 롯데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형제들의 추악한 경영권 싸움으로 국민들이 불편해하는 와중에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인 아르바이트생을 상대로 횡포를 부린 롯데의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재계 서열 5위의 대기업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롯데는 자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이 얼마나 따가운지 모르는 것 같다. 경영권 분쟁 문제만 하더라도 다른 그룹 사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반인륜적 행위들이 이어지고 있다. 돈 앞에는 부자와 형제도 소용없다는 막장 드라마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그룹의 사활이 걸린 면세점 사업권 재연장 문제도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정 시기가 불과 2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만큼 여론을 도외시하는 것이 그 방증 아니겠는가.

국민들이 롯데 때문에 더 이상 짜증나야 할 까닭이 없다.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겠다. 고용노동부는 퇴직 합의서 강요 실태를 면밀히 조사해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당국은 또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도 제대로 처리해 탈법행위는 일벌백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