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천(61) 감리교신학대 총장이 세계 감리교회를 대표하는 제27대 세계감리교협의회(WMC) 회장에 선출됐다. WMC는 132개국 80여개 교단이 소속된 전 세계 8500만 감리교인의 연합기구로 아시아인이 WMC 회장에 선출된 것은 박 총장이 처음이다. 그는 WMC가 내년 9월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하는 세계감리교대회 이후부터 임기 5년의 WMC 회장직을 수행한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감신대에서 만난 박 총장은 “한국 감리교 130년 역사를 맞은 올해 하나님이 한국에 큰 선물을 주셨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WMC 회장 선출은 개인의 영광이기 이전에 한국 감리교의 쾌거”라며 “큰 짐을 짊어지게 돼 두렵고 떨린다”고 했다.
박 총장은 “저 역시 분단국가의 국민이기 때문에 WMC 회장으로서 평화 문제에 집중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에도 기여하고 싶다”면서 “남북 평화는 한반도 문제이면서도 동시에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WMC 회장 선출을 한국교회의 공으로 돌렸다. “저의 역량이 뛰어나 WMC 회장에 선출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WMC가 다른 점들에 주목했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한국 감리교회가 세계 감리교에서 차지하는 비중, 한국교회가 세계 선교에 헌신한 역사, 선배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의 공헌….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서 좋은 결과를 얻은 거겠죠. 아울러 중국 선교에 이웃 국가인 한국이 앞장서 달라는 부탁도 담겨 있다고 봅니다.”
박 총장은 WMC 회장으로 추진할 사업들도 하나씩 열거했다. 회장 취임까지는 10개월 넘게 남았지만 그가 제시한 청사진은 생생하면서 구체적이었다. 박 총장은 “임기가 시작되면 감리교 신앙의 핵심을 담은 ‘포켓북’을 만들어 전 세계 감리교회에 보급할 것”이라며 “세계 선교의 허브 역할을 하는 세계전도대학원을 감신대에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MC는 1881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감리교대회를 모태로 하고 있다. 당시는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복음화 운동의 열기가 가열되던 시기였다. WMC는 이때부터 세계감리교대회 등을 개최하며 세계 감리교회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회장직은 영국과 미국 출신 목회자나 신학자가 돌아가며 맡았다.
다른 나라의 목회자나 신학자가 WMC 회장에 오른 건 1986년부터다. 지난 20년간 WMC 회장은 아프리카나 남미의 목회자가 돌아가며 역임했다. 현재 회장은 브라질의 파울로 로크만 감독이다.
“제3세계에서 WMC 회장이 배출되고 있는 건 세계 교회의 축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다른 대륙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합니다. 아시아 기독교의 축은 단연 한국이겠죠. 한국교회는 전쟁 가난으로 고통 받는 제3세계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박 총장이 WMC와 인연을 맺은 건 9년 전부터다. 박 총장은 2006년부터 WMC 신학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신학교육위원회를 이끌며 보여준 활동 덕분인지 박 총장은 지난달 열린 차기 회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4명이 출마한 선거에서 그는 인선위원 14명 중 10명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박 총장은 “선거운동도 제대로 못했는데 개표 결과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많이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충북 제천 출신으로 서울 대광중·고를 나와 감신대, 미국 에모리대 등에서 수학했다. 1986년부터 감신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2년 6월 이 대학 제13대 총장에 선출됐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세계감리교협 차기 회장 박종천 감신대 총장 “130년 한국감리교에 주신 하나님 큰 선물”
입력 2015-10-22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