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가 열리던 시카고 리글리 필드. 빌리 시아니스라는 팬이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기를 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이 곳에서 다시는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독설을 퍼붓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유명한 ‘염소의 저주’다.
2015년에도 이 저주는 결국 풀리지 않았다. 시카고 컵스는 22일(한국시간)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 4승제) 4차전에서 3대 8로 졌다. 시리즈 전적 4연패를 당한 컵스는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1908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컵스는 염소와 함께 들어오려던 관객의 입장을 거부한 이후 107년 간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염소의 저주를 끝내 떨쳐내지 못했다. 1989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 2’의 예언도 이 염소의 저주 앞에 무력했다. 영화는 타임머신을 이용해 2015년으로 미래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으면서 컵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것으로 묘사했지만 결국 상상에 의한 설정이 됐다.
컵스는 이 저주를 풀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1989년 개막전 때는 퇴장 당한 팬의 조카와 그 염소의 후손을 초청했다. 2011년에는 또 다른 유명한 징크스인 ‘밤비노의 저주’를 깬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오 엡스타인 단장을 사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보스턴은 1920년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 시킨 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2004년 이 저주에서 벗어난 적이 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특히 2003년에는 NLCS에 진출해 플로리다 말린스를 상대로 3승2패를 거둔 뒤 6차전도 8회 1사까지 3-0으로 앞서갔지만 스티브 바트만이라는 관중이 야수가 잡을 수 있는 파울 플라이 타구를 손으로 건드리면서 일순간에 분위기가 넘어가 결국 대역전패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올해 컵스는 메츠의 2루수 대니얼 머피의 활약에 가슴을 쳐야 했다. 머피는 4차전에서 3번 타자 2루수로 출전해 5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6경기 연속 홈런을 때리는 등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모든 경기에서 홈런을 날렸다. 이번 시리즈에서 17타수 9안타(4홈런) 타율 0.529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945년 빌리라는 팬이 데려온 염소의 이름도 ‘머피’였다. 현지에선 “염소 머피가 선수 머피로 환생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5차전에서 7대 1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을 2승3패로 따라붙은 토론토는 월드시리즈 진출의 불씨를 되살렸다. 양 팀은 24일 6차전을 치른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머피 때문에 또 풀지 못한 ‘머피의 저주’… 시카고 컵스, 뉴욕 메츠에 져 월드시리즈행 좌절
입력 2015-10-22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