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아들 180㎝, 딸 170㎝

입력 2015-10-22 19:18

중국 마오쩌둥 주석이 공식회의 석상에서 주요 안건에 대해 찬반 의견을 물었다. 유일하게 덩샤오핑이 기립으로 반대 표시를 했다. 그러자 마오가 “당신은 선키나 앉은키나 별 차이 없으니 만장일치인 걸로 합시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덩은 “나는 분명히 반대합니다”라고 소리치며 책상 위에 올라섰다. 순간 마오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지만 ‘작은 거인’의 당찬 행동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덩은 또 주석 시절 185㎝ 장신인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손을 일부러 아래쪽으로 내밀어 자신에게 허리를 굽히도록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의 키는 150㎝가 채 안 된다.

정치 지도자에게 큰 키가 필수요건은 아닌 것 같다. 러시아의 레닌 스탈린 흐루쇼프 푸틴은 모두 160∼165㎝의 단신이다. 나폴레옹(프랑스)과 처칠(영국)도 이들과 비슷하다. 박정희 역시 165㎝에 불과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와 박원순은 동년배 평균 키에 크게 못 미친다. 캐나다의 차기 총리 직을 거머쥔 쥐스탱 트뤼도가 188㎝ 키의 ‘훈남’이라는데 수려한 외모 때문에 성공한 건 아닐 것이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가 소아청소년과를 찾은 부모를 대상으로 ‘자녀의 이상적인 키’를 조사한 결과 아들 175∼180㎝, 딸 165∼170㎝를 가장 많이 꼽았다고 한다. 현재의 성인 평균 키보다 훨씬 큰 수치다. 이왕이면 키가 큰 게 좋겠지만 우리 국민은 남녀 할 것 없이 키를 유별나게 따지는 경향이 있다. 외모지상주의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지나쳐 키가 그리 작지 않는데도 ‘왜소(矮小)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효과가 불확실함에도 자녀에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히고, 자칫 불구가 될 수 있는데도 키 키우는 수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키가 밥 먹여주진 않는다. 지금도 다윗은 얼마든지 골리앗을 이길 수 있다. 키보다는 지혜여서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