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가 ‘빅이닝’을 만들어낸 21일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3회초. 선두타자는 바로 전 수비 때 1루 악송구로 두산 베어스에게 점수를 헌납한 박민우였다. 자신의 결정적 실수로 역전을 허용했지만 박민우의 표정은 기죽거나 의기소침해 보이지 않았다. 곧바로 안타를 치고 나가며 대량득점의 물꼬를 텄다. 박민우가 이처럼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김경문(사진) 감독의 신뢰가 바탕이 됐다.
김 감독은 뚝심으로 유명하다. 한 번 믿은 선수는 끝까지 가는 스타일이다. 이 효과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가 3차전 선발투수로 이재학을 예상하고 있을 때 김 감독이 꺼낸 카드는 베테랑 손민한이었다. 그는 “민한이가 올해 저만큼 해줬는데 믿어봐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고, 손민한은 최고령 플레이오프 선발승으로 보답했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던 손시헌도 김 감독에게 의지하며 이겨낸 경우다. 손시헌은 6월까지 타율 0.178에 그쳤으나 7월 이후 0.308의 맹타를 휘둘렀다. 플레이오프에서도 3경기 11타수 6안타 타율 0.545 3타점으로 폭발하고 있다.
그렇다고 김 감독이 믿음에만 의존하는 건 아니다. 앞선 1, 2차전 3번 타자로 나서 7타수 무안타의 빈타에 허덕였던 이종욱을 3차전엔 6번 타순으로 옮겼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기록까지 더하면 17타수 무안타였지만 김 감독은 선수를 빼는 대신 타순 조정으로 변화를 꾀했다. 그는 “3번으로 계속 가려 했지만 본인이 부담도 느끼는 것 같아서 6번으로 옮겼다. (두산) 유희관의 공을 잘 쳤다”고 말했다. 이종욱은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에렉 테임즈만 제 몫을 했던 ‘나이테’(나성범·이호준·에릭 테임즈) 트리오도 타순 조정으로 살아났다. 1, 2차전 5번 타자로 5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나성범은 3번으로 나와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앞선 두 경기 6번 타자로 6타수 무안타로 헤맨 이호준은 5번으로 옮겨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 감독은 “해 줄 선수가 해줘야 결국 팀이 이긴다”며 “감독은 말을 아끼고 기다려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뚝심하면 뒤지지 않지만 결과론적으로 그가 쓴 카드는 실패했다. 3차전 승부처에서 불펜을 믿고 유희관을 조기에 강판시켰지만 누구 하나 감독을 흡족케 하진 못했다. 그는 “감독은 예언하는 자리가 아닌 결정하는 자리다”며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NC-두산 플레이오프] 김경문 감독의 뚝심… 공룡을 춤추게 하다
입력 2015-10-22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