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호텔은 힐링의 공간을 넘어 문화를 제공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예술이 그 핵심 아이콘이 돼야지요.”
제법 울긋불긋해진 서울 남산이 객실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도심형 리조트’라는 신개념 호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이하 반얀트리)이 제1회 반얀트리 아트페어를 22일부터 4일간 개최한다. 21일 호텔과 연수원을 관장하며 이번 아트페어를 주도한 변기호(54·사진)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 대표를 만났다.
그는 “호텔 아트페어는 여럿 있지만 객실을 빌려주는 것에 그친다”며 “호텔이 자체 기획해 브랜드화한 건 처음”이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반얀트리는 싱가포르 기반의 글로벌 호텔 체인이다. 현대그룹이 2012년 옛 타워호텔을 인수해 위탁경영을 하고 있다. 전 세계 32개 체인이 대체로 리조트에 위치하지만 서울 반얀트리는 도심에 있으면서도 ‘영혼의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객실 내 스파(풀장) 시설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리모델링을 통해 180개 객실을 50개로 대폭 줄여 여유롭고 쾌적하다. 그래선지 아랍 부호들이 즐겨 찾는다.
총감독은 변홍철(전시기획사 그레이월 대표)씨가 맡았다. 아라리오 갤러리, 박여숙 화랑, 공근혜 갤러리 등 페어에 참가하는 16개 갤러리는 객실을 부스 삼아 판매할 작품을 설치하느라고 부산했다. 침대 뒤 선반, 스파 옆 스툴, 소파 앞 테이블 위에 조각, 회화, 사진 등이 전시됐다.
“3000여명 회원 데이터베이스가 갤러리의 잠재적 구매 고객이니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모델이지요.”
회원이 되려면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연회비가 370만원이다. 회원에겐 객실 할인, 피트니스·수영장·골프연습장 무료 이용 혜택이 있다. 예술 프로그램에 대한 회원들의 욕구가 강해 미술 강연, 옥션 투어 등의 행사를 마련해 왔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술품은 즐기면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페어를 기획한 이유다.
상류층들끼리의 위화감을 주는 아트페어가 아닐까. 변 대표는 “회원들이 의외로 어린 자녀가 있는 의사, 변호사, 기업 임원 등 40대 전문직들이 많다”며 “회원 성격을 감안해 40대 중심의 감각적 갤러리들을 엄선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가격은 억대도 있지만 루프 등 대안공간까지 참여시켜 20, 30대 젊은 작가들의 수십만원대 작품까지 선보인다. 페스티벌처럼 가족 단위 고객이 즐길 수 있는 행사로 꾸민 것도 특징이다. 객실뿐 아니라 수영장, 야외 공간에서도 전시가 열리며 퍼포먼스와 홍대 인디밴드 등을 초청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여피’(도시의 30, 40대 전문직종)를 위한 아트 페스티벌을 지향하는 것이다. 일반인도 1만원을 내면 참가할 수 있다.
아트페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반얀트리 아트페어가 성공할 수 있을까. “미술은 교육입니다. 페스티벌처럼 즐기는 가운데 미술 문화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고 미술시장을 풍성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호텔이 기획한 ‘호텔 속 아트페어’ 고객·갤러리 윈윈 가능한 모델이죠”
입력 2015-10-22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