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의 뒤를 이을 정지궤도복합위성 2기는 유럽의 주력 발사체 ‘아리안5(Ariane5ECA·사진)’에 실려 우주로 향하게 된다. 아리안5는 프랑스 에어버스D&S의 레 뮈로 조립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지난 16일 찾은 레 뮈로는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40㎞쯤 떨어진 한적한 곳이었다. 철저한 보안시스템이 구축된 여러 개의 아치형 건물 안에선 4∼5개의 발사체가 조립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설계와 디자인, 엔진 테스트, 부품 및 단(段) 조립 등을 모두 마친 아리안5는 배로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에 위치한 쿠루 우주센터로 옮겨진다. 레 뮈로 조립공장 옆에는 바다로 연결되는 센강이 흐르고 있어 발사체 운송에 더 없이 좋았다. 옮겨진 발사체는 세계 각국이 개발한 위성과 결합돼 정해진 날짜에 우주로 쏘아진다.
아리안5의 제작은 유럽우주청(ESA)으로부터 위탁받은 에어버스D&S가 맡고 있지만 위성 발사서비스는 아리안스페이스가 대행한다. 아리안스페이스는 1980년 에어버스그룹을 비롯해 유럽 각국의 우주 연구소와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세계 최초 위성발사 대행업체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상업위성 발사서비스 매출의 절반 가까이(48.75%)를 차지했다. 아리안스페이스는 수십t 이상 무게의 대형 위성을 지구 상공 3만6000㎞ 정지궤도까지 쏘아 올리는 ‘아리안5’, 중소형 위성을 500∼1500㎞ 저궤도에 올려놓는 ‘소유스(Soyuz)’와 ‘베가(Vega)’ 등 3종류의 발사체를 운용 중이다.
에어버스D&S의 플로리안 로와르 마케팅 담당은 “지금까지 아리안 시리즈는 226회, 아리안5는 82회 우주로 쏘아 올려졌다”며 “발사 성공률은 98%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도 5차례 아리안5 발사에 성공했다. 앞으로 3∼4년간 아리안5 21회, 소유스 25회, 베가 10회 등 총 56회의 위성 발사가 예약돼 있다.
아리안스페이스의 클라우디아 오요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자신들의 경쟁력은 ‘신뢰’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발사체를 합리적 가격에 제때 만들어 안전하게 발사함으로써 고객 주문에 부응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러시아도 위성 발사를 많이 의뢰한다”고 말했다. 한국도 주요 고객이다. 2010년 우리나라 천리안 위성이 아리안5에 실려 발사됐다.
쿠루 우주센터의 지정학적 위치도 고객 선호도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 거의 적도 위에 위치하고 있어 발사 가능 각도가 넓다. 정지궤도부터 저궤도 위성까지 안전하게 쏠 수 있는 장점을 갖춘 것이다.
에어버스그룹은 올해 1월 액체·고체엔진 제작사인 ‘샤프랑’과 합작해 ‘에어버스샤프랑 론처스’를 출범시켰다. 최근 우주강국들이 위성 발사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격 낮추기 경쟁에 나서면서 공동 대응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에어버스샤프랑 론처스는 지난 8월 유럽우주청과 유럽의 차세대 발사체 ‘아리안6’ 개발 계약을 따냈다. 아리안6는 아리안5보다 발사 가격을 크게 낮춘 모델이다. 아리안6는 2020년 첫선을 보인 뒤, 2023년부터 상업 발사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한국은 2030년 이후에나 상용 위성 발사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2014∼2040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한국형 발사체(KSLV-Ⅱ)로 달 탐사를 완료하고 2021∼2030년 국내 개발 위성들을 저궤도까지 수차례 발사하면서 발사체의 신뢰도와 위성 발사 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파리=민태원 기자
[한국 인공위성의 진화] 발사체 조립공장 가보니… ‘발사 성공률 98% 자랑’ 아리안5에 실려 우주로
입력 2015-10-22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