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 폭언, 가출 등 사춘기 자녀가 보이는 일탈 행동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정사역자인 최우영(48·수원 하늘숲교회 목사) 충분히좋은엄마연구소장은 ‘완벽주의 엄마’라고 답한다. 가정과 직장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여성일수록 자녀에게도 완벽함을 요구하는데 이것이 자녀 일탈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완벽한 엄마(Perfect Mother)’가 아닌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가 자녀와 가정을 행복하게 이끈다”고 주장하는 그를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났다.
‘충분히 좋은 엄마’는 영국의 정신분석가이자 소아과의사인 도널드 위니컷이 제시한 개념이다. 모성을 기반한 따뜻한 돌봄과 사랑으로 자신의 욕구보다 자녀의 필요를 우선시하는 엄마를 뜻한다. 최 소장은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엄마일수록 자녀를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키우려는 욕구가 강하다”며 “건강한 모성과 자아상을 가지고 자녀를 행복하게 키우는 엄마가 바로 ‘충분히 좋은 엄마’”라고 설명했다.
그는 끊임없는 경쟁구도 속에서 성장한 요즘 엄마들이 자녀의 성적보다 내면을 더 신경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돌봄보단 경쟁에 익숙한 ‘모성 상실 엄마’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모성 상실 엄마’는 성과만 강요해 자녀에게 건강한 자아를 만들어 주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건강한 자아 형성에 실패하고 감정 조절에 미숙한 자녀들이 많아지면 다음세대가 ‘욱하는 세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모성 상실 엄마’는 자녀의 신앙 전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최 소장은 “엄마의 신앙이 기복적이고 건강하지 않은데 어떻게 자녀의 신앙이 바로 설 수 있느냐”며 “한국교회가 엄마의 신앙 성숙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다음세대 신앙전수와 교회학교 성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자녀를 신앙과 내면이 성숙한 아이로 키우는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 소장은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하기보다 마음을 돌보고 위로해 주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잘 키워야 한다’는 강박과 자녀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자녀의 자아실현을 돕는 데 주력하라는 것이다.
“요즘 한국 엄마들은 따스한 눈길을 잃었어요.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요. 저는 자녀 때문에 찾아온 엄마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해요. ‘엄마를 하려고 하지 말고 엄마가 되라’고요. 본인이 행복하고 삶의 목적을 알고 있어야 자녀도 엄마처럼 생각하고 자랍니다. 엄마는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자녀가 스스로 찾도록 안내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해요.”
최 소장은 2007년부터 서울과 경기도 분당 일산 대전 등지에서 ‘충분히 좋은 엄마 세미나’를 열어 자녀 문제로 고민 중인 엄마들을 여럿 만났다. 대부분 자녀의 자아실현보다 자신의 욕심을 강요했지만 정작 엄마인 자신은 그 사실을 몰랐다. 최 소장은 이러한 양육방식이 엄마 내면에 고착된 상처에서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미나에 찾아온 분 중에 자신의 성격과는 달리 아들이 너무 덜렁대서 키우기 어렵다고 한 엄마가 있었어요. 물건을 넘어뜨리는 등 실수할 때마다 무조건 벽보고 서 있는 벌을 줬답니다. 그런데 상담 도중 자신이 어릴 때 실수하면 부모가 구석에 앉아 있게 한 기억을 떠올렸대요. ‘누구나 실수해. 괜찮아’란 말을 부모에게 정말 듣고 싶었는데 못 들어 속상했던 기억도요. 이처럼 먼저 엄마 자신의 내면 상처를 알아야 양육방식의 문제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주로 문제 자녀를 둔 엄마를 상담하던 최 소장은 최근 한국교회 목회자를 대상으로 ‘충분히 좋은 엄마 콘퍼런스’를 준비 중이다. 다음세대를 키워내는 엄마를 정서·신앙적으로 탄탄하게 세우는 ‘엄마 사역’을 한국교회에 널리 알리고 싶어서다.
콘퍼런스는 2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교회에서 열린다. 오전에 김종환 서울신대 상담대학원 명예교수가 ‘모성상실 시대의 영성’을 주제로 강의하며 오후에 최 소장이 그간의 상담사례를 발표한다. 최 소장은 “요즘 엄마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완벽한 역할’을 끊임없이 요구받아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라며 “엄마를 살리고 다음세대와 교회학교를 지원하는 ‘엄마 사역’에 더 많은 교회가 관심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엄마 사역’ 펼치는 최우영 목사 “완벽한 엄마요? ‘충분히 좋은 엄마’면 가정이 행복합니다”
입력 2015-10-23 17:42 수정 2015-10-23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