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공위성의 진화] 천리안보다 4배 밝아진 ‘눈’… 한반도 바다 훤히 본다
입력 2015-10-22 20:56 수정 2015-10-22 21:01
2018년과 2019년 한반도 주변의 기상·해양·환경 관측을 보다 정밀히 수행할 ‘정지궤도복합위성’ 2기가 잇따라 우주로 쏘아진다.
지구 상공 3만6000㎞의 높은 궤도에서 운용되는 정지궤도 위성은 비행 속도가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기 때문에 항상 같은 상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정 지역에 대한 연속 관측이 가능해 기상·해양·통신 등 상시 임무 수행이 필요한 많은 위성들이 이 궤도에서 운용된다.
우리나라는 2010년 6월 정지궤도에서 운용되는 통신·해양·기상 위성 ‘천리안’을 처음으로 발사했다. 하지만 이 위성은 2017년 수명이 끝난다. 정부는 천리안의 임무를 이어받을 기상관측위성(GK2A)과 해양·환경관측위성(GK2B)을 개발해 각각 쏘아 올리기로 했다.
GK2A는 2018년 5월, GK2B는 2019년 3월 발사가 예정돼 있다. 이 가운데 GK2B에 장착될 해양탑재체(GOCI-Ⅱ)를 프랑스의 항공방위 산업체 ‘에어버스D&S’와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해양탑재체 전체 공정 50% 완성
지난 14일 에어버스D&S 본사가 있는 프랑스 툴루즈를 찾았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툴루즈는 항공우주산업의 요충지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마침 프랑스와 한국 연구진이 모여 해양탑재체의 상세설계 검토 회의를 갖고 있었다. 상세설계는 전체 공정의 ‘밑그림’에 해당된다. 연구원들의 눈빛에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묻어났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해양과학기술원은 2013년 10월부터 5명의 전문 연구원을 파견해 해양탑재체의 시스템 설계와 주요부품 개발에 참여해 왔다. 에어버스D&S의 해양탑재체 개발 책임자인 필립 뤼케 박사는 “시스템 디자인, 예비 설계와 함께 일부 부품 개발도 병행해 왔다”면서 “이번에 상세설계를 완료함으로써 전체 공정의 50%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2년여간 공동개발에 참여해 온 강금실 항우연 선임연구원은 “광학·시스템·기계·열·전자·조립·정렬 등 개발 전체 분야에 골고루 참여하고 있다. 기술자료 검토나 분석을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뤼케 박사는 “한국 연구진의 높은 기술력과 심도 있는 안목에 놀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부품 개발이 끝나면 2016년 말까지 탑재체와 부품 조립을 완료한다. 이어 국내로 들여와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위성 본체와 결합하고,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인 발사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해양탑재체와 함께 위성에 실릴 ‘환경탑재체’는 미국업체인 ‘볼’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GK2A에 장착될 기상탑재체는 미국 엑설리스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천리안보다 2∼4배 ‘기능 업그레이드’
정지궤도복합위성은 천리안보다 임무수행 능력이 2∼4배 좋아진다. 해양탑재체의 경우 해상도가 천리안보다 4배 높아진다. 관측 횟수는 천리안의 하루 8번에서 10번으로 늘어난다. 관측 채널도 8채널에서 13채널로 확대돼 그만큼 정밀도가 높아진다. 해양 관측으로 얻어지는 산출물은 천리안의 경우 13종이지만 해양탑재체는 38종으로 3배 증가한다.
천리안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은 지상국 명령으로 지역 선택 관측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정지궤도복합위성은 평상시 한반도를 중심으로 관측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다가 동남아시아 등 특정 지역에 태풍·지진 등 긴급 재난이나 국가안보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 관측 대상 지역을 급히 이동시켜 실시간 관측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천리안에는 이런 기능이 없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조성익 선임연구원은 “천리안에선 관측되지 않았던 해양전선(바닷물 특성이 변하는 경계), 저염수(低鹽水) 분포, 해빙, 해무 등 다양한 해양 환경 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보들은 어장 탐색이나 적조·녹조 같은 해양 이상 현상 예측에 쓰이는 것은 물론 유류 오염 등 해양 재난사고 방지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환경탑재체는 하루 8차례에 걸쳐 미세먼지, 황사 등 국경을 넘어오는 대기오염물질의 이동·감시 등을 수행한다. 환경탑재체는 미국·유럽 등도 개발 중인데, 발사 예정시기가 우리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GK2B 위성이 먼저 발사된다면 세계 첫 정지궤도 환경 관측 위성이 될 전망이다.
기상탑재체는 천리안보다 해상도가 2배 높아지고 관측 주기는 30분에서 10분 이내로 당겨진다. 관측 시간이 3분의 1로 짧아짐에 따라 여름철 집중호우나 태풍 접근 시 한반도와 해양 지역에서 급격히 바뀌는 날씨를 감시하는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툴루즈(프랑스)=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