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고 본다”면서… 경찰청 ‘조희팔 TF’ 구성

입력 2015-10-22 00:12
경찰이 ‘조희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도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수사국장 시절 진행된 조희팔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책임을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21일 조희팔 사건 수사 지휘와 상황 관리, 정보수집 업무를 맡을 수사지원 TF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수사기획관과 수사1과장이 각각 팀장과 총괄반장을 맡고 범죄정보과, 지능범죄수사대, 경제범죄수사계에서 12명이 파견됐다. 경찰청은 보도자료에서 ‘사건 전반을 재조명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 달리 실제 진상규명 의지는 희박해 보인다. 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을 원점부터 전면적으로 다시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찰에서 수사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했다. 정 국장은 “TF는 조희팔 사건 수배자 검거나 관련 의혹에 대해 평상시보다 조금 더 강화된 지휘·감독을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무슨 수사를 크게 벌리거나 하는 게 아니다”며 “우리는 조희팔이 죽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걸 전제로 수사 중이라는 얘기다. 조희팔 사망 여부를 재검증하지도 않을 계획이다.

조희팔 사건과 관련한 경찰 입장은 자기모순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 경찰은 2012년 5월 조희팔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하고도 그에 대한 지명수배는 유지했다. 강 청장은 지난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조희팔이 죽었다는 과학적 물증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TF는 뒷북 대응 성격도 짙다. 강 청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대구경찰청 수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서야 “경찰청에서 직접 수사하겠다”고 답했었다. 3년 전 조희팔 사건을 수사하고 조희팔 사망 발표를 한 게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였다. 수사 진행 당시 수사국장이었던 강 청장은 결과 발표 직전 정보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