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수조원대 사기범 조희팔 일당이 조씨 최측근 강태용(54)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정모(40) 전 경사에게 ‘기획 수사’를 제안해 수사 방해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21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핵심 참고인 A씨는 2008년 8∼9월 강씨의 지시를 받고 정 전 경사에게 “우리 업체를 수사해 달라”며 관련 비리 자료를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당시 충남 서산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해 조씨 일당에 대해 포위망을 좁혀오자 이를 방해하기 위해 정 전 경사에게 ‘기획수사’를 부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경사의 첩보로 대구경찰청은 2008년 10월 17일 조씨 사건 수사를 시작했다. 이어 같은 달 30일 대구에 있는 조씨 다단계업체 본사 서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31일 수색했다. 그러나 조씨 일당은 압수수색 이틀 전 도피자금을 마련했고 수색 직후 모두 도망쳤다. 이 과정에 전 정 전 경사가 관련 정보를 강씨에게 유출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또 2008년 5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조희팔이 리브 등을 통해 불법자금을 세탁한 혐의가 있다’는 정보를 경찰에 넘겨줬는데도 5개월간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정 전 경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외에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를 추가해 22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정 전 경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조희팔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은 숨진 채 발견된 조씨의 생질 유모(46)씨의 자택 등을 21일 압수수색했다. 유씨는 7년 전 조씨의 중국 밀항을 돕고 이후에도 조씨와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져 조씨 생사를 규명할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유씨는 또 조씨 사망 후에도 수십 차례 중국을 드나들었고, 중국 현지에서 강씨와 수차례 만나 돈을 받은 정황도 있다.
검찰은 수사관 10여명을 대구시 동구 유씨 아파트와 사무실에 보내 노트북 2대와 PC 5대, 휴대전화 2대, USB 2개 등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희팔 수사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유류품 일부도 함께 확보했다. 노트북과 PC는 경찰 수사에도 필요하지만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바탕으로 경찰의 협조를 받아 모두 회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숨진 유씨와 조희팔, 강씨와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들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씨가 중국으로 건너가 조희팔과 강씨를 도와줬다는 부분도 짚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뇌물 경찰, 조희팔 업체 압수수색 사전 유출”
입력 2015-10-21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