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 안타깝게 숨진 경찰] 철길 뛰어든 장애인 구하려다…

입력 2015-10-21 22:31
정복 차림의 신임 순경 교육생들이 21일 제7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힘차게 박수를 치고 있다. ‘국민과 함께, 희망찬 미래’를 주제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경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응답하는 것”이라며 국민 안전과 사회질서 확립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경찰의 날인 21일 경찰관이 선로에 누워 버티는 10대 장애인을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낮 12시쯤 울산시 북구 신천동 호계청구아파트 앞 철길건널목에서 경주를 출발해 울산 방면으로 향하던 화물열차에 치여 이모(57) 경위와 김모(16)군이 숨졌다. 김모(45) 경사는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경주경찰서 내동파출소 소속인 이 경위와 김 경사는 이날 오전 10시쯤 “경주시 구정동 A여관에서 남성이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출동한 이들은 소란을 피운 김군을 진정시키고 차에 태웠다. 이어 울산에 있는 김군 부모가 “기차를 태워 보내 달라”고 하자 불국사역에서 내려 열차를 기다렸다. 그런데 김군이 역사에서 난동을 부리자 자택까지 데려다 주려고 김군을 다시 차에 태웠다.

하지만 차량이 사고 지점인 철도건널목에 도착했을 때 김군이 “소변을 보고 싶다”며 차량에서 내리더니 철로로 뛰어들었다.

이 경위와 김 경사는 철로에서 김군을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김군이 선로를 잡은 채 버티는 바람에 지나가던 화물열차에 치였다.

경주 내동파출소 동료 경찰관은 “숨진 이 경위는 이곳에 발령받은 지 넉 달밖에 안 됐지만 조용하고 묵묵히 일하던 분이었는데 이런 참변을 당하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1982년 10월 16일 경찰에 입문해 정년퇴직을 3년가량 남겨 두고 있다. 책임감이 투철한 이 경위는 지난 33년간 내무부장관상을 비롯해 경찰청장상, 경북지방경찰청장상 등 15차례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경주시 공무원인 부인과 두 아들이 있다. 울산=조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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