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22일 5자 회동은 최근 여야 간을 넘어 ‘이념 갈등’으로까지 치닫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만나 민생현안 해결 등에 합의점을 찾을 경우 현 정국은 수습국면으로 넘어가겠지만 서로 간극만 확인한 채 별무소득으로 끝난다면 되레 갈등을 확산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연말 전까지 산적한 개혁 입법, 민생현안 처리를 위한 야당의 협조를 위해 회동을 제안했지만 야당은 역사 교과서 문제만큼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보겠다고 벼르는 모양새다. 이른바 ‘동상이몽’ 형국이다. 그런 만큼 회동에서 여러 국정 현안과 관련한 원만한 합의점 도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우선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과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 처리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을 연내에 마무리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정기국회에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박 대통령이 그동안 밀려왔던 법안들이 처리돼야 한다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끝까지 여야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5자 회동 형식을 고수한 것도 국회 내 현안 논의가 이번 회동의 중요 목적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교과서 문제를 사실상 ‘핵심 의제’로 삼아 박 대통령을 강력히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표는 회동 모두발언부터 교과서 문제와 청년 일자리 등 민생 문제를 집중 언급하며 공세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와 민생 살리기, 그리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회동 형식을 놓고 청와대와 야당 간 기싸움이 막판까지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대변인 배석이 안 될 경우 회동이 불발될 수 있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은 단호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역사 교육은 결코 정쟁이나 이념 대립에 의해 국민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눠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미 행정 절차에 들어간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먼저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새누리당은 역사 교과서 문제와 국회 현안을 분리해 노동개혁 등 4대 개혁 과제와 경제 법안 및 내년 예산안 처리 등에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노동개혁, 한·중 FTA, 예산안 등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쟁회동이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민생회동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남혁상 최승욱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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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1 2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