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이가 치료를 잘 받아 어서 빨리 언어발달 장애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김진만(49)씨는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딸 영은(5)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영은이는 의정부시 이주민가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다문화가정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지만 또래들에 비해 말이 어눌하고 발음이 부정확하다. 성격이 쾌활해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는 하지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은이네는 엄마(40)가 베트남 출신인 다문화가정이다. 아빠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은 지체장애인이다. 김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지만 앞길이 순탄하지 않았다. 지인의 공장에서 심부름을 하며 근근이 생계를 해결했으나 공장이 폐쇄된 후에는 3년간 노숙생활을 하기도 했다. 어느 목사의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면서 노숙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2010년에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영은이와 두 살 터울인 영희(3)를 얻었다.
35세란 늦은 나이에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온 엄마는 아직 한글이 서툴다. 엄마는 “한글 너무 어려워요. 제가 말을 잘 못해서…”라며 영은이의 언어장애가 자신의 탓인 듯 자책했다.
영은이 부모는 언어치료 필요성을 알면서도 경제적으로 쪼들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영은이네 수입은 엄마가 한 달 내내 집에서 ‘옷걸이 조립’을 해 버는 10만∼15만원이 고작이다.
애만 태우던 이들은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연결돼 한시름 덜게 됐다. 영은이는 언어치료비를 지원받아 이달부터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발음 교정 치료를 받고 있다. 장은실 언어치료사는 “발성기관 등은 정상이지만 환경적 요소로 이상증세를 보이는 것 같다”며 “지속적인 발음 교정, 한글교육과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어발달 부진은 치료를 받으면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영은이에게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아빠가 앓고 있는 소아마비 의심증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김씨는 “영은이가 건강하게 자라야 하는데 소아마비 증세까지 겹치면 정말 큰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의정부=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
[나눔으로 여는 행복]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 소아마비 의심 증세도
입력 2015-10-21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