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종교인 과세에 대해 목회자들이 ‘교회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교계 인사들은 정부가 모법(母法)도 없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합의도 없이 종교인 과세를 추진해 목회자들을 탈세범으로 몰고 있다고 성토했다. 자발적 납세 결의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서두르다가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목사 탈세’란 잘못된 탈세프레임은 정부 실책 때문”=기획재정부는 21일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한국교회연합 회의실에서 ‘한국교회교단연합 과세대책위원회’(과세대책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과세대책위 자문위원인 김기명(세무사) 장로는 “한국사회에는 목회자들이 세금납부를 회피하거나 탈세한다는 ‘탈세프레임’이 만들어졌다”면서 “이것은 크게 잘못된 주장으로 만약 종교인이 탈세했다면 국세청은 직무를 유기했다는 말이 된다. 종교인 과세법을 새로 제정하는 것 자체가 그동안 종교인에게 과세할 법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장로는 “과세법이 없는데 어떻게 탈세를 말할 수 있나. 그런데도 종교인의 세금회피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정부의 모호한 태도, 전후사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발생한 오해 때문”이라며 “일부 종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납세를 하면서 더욱 혼선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3년 11월 대통령령으로 종교인과세법 시행령을 신설해 기타소득에 종교인 과세를 집어넣은 상태다. 올 1월부터 시행령을 적용하려 했지만 모법이 없다는 문제제기에 따라 1년 유예됐다. 기재부는 모법을 신설하기 위해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를 하고 지난 8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률안의 핵심 내용은 종교인의 사례비 구간에 따라 20∼80%를 필요경비로 공제하고 나머지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종교인 범법자 취급” 세금부과 원리 맞지 않다며 비판=김 장로는 종교인 과세가 세금부과 원리에도 맞지 않는 억지 세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근로소득은 보수를 목적으로 얻은 수입에 부과해야 하는데 목회자들은 보수를 목적으로 목회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기타소득으로 분류를 하더라도 ‘일시적인 소득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인 과세의 목적이 복지수요 증가에 따른 세원(稅源) 확대 측면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4만∼5만명으로 추산되는 목회자들로부터 걷을 수 있는 총세수는 181억원으로 추산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오히려 저소득층 목회자에 대한 근로장려세제를 적용해야 되고 지출할 돈만 737억원이 된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세수 손실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김 장로는 “목회자 중 세금납부 대상자는 1만5000∼2만명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재정 실익도 없는 종교인 과세로 복잡한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면서 “한국에는 과세 미달자가 근로자의 32%로 512만명이 세금을 면제받고 있다. 인원을 단순비교만 하더라도 목회자에 대해 국민개세주의나 과세형평성을 제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목회자들은 “정부가 나서서 종교인을 범법자 취급하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참석자들은 종교간 형평성 문제도 지적했다. 정부가 다른 종교보다 교회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둬간 뒤 다른 종교에 혜택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황수원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템플스테이 등을 지원한다며 6000억원에 달하는 정부예산이 불교에 지원되고 있다”며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개신교에서 세금을 거둬가 불교에 지원해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박종언 과세대책위 사무총장은 “세수효과가 전혀 없으면서 사회갈등만 증폭시키는 종교인 과세 시행령과 입법예고는 완전 폐기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사무총장은 대안으로 “법적 근거는 없지만 사회 대통합 차원에서 교회에서 받는 목회자 사례비에 대해 일반 국민이 납부하는 세액만큼 자발적으로 납부하면 된다”면서 “정부는 교계에서 합의가 될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다.
◇기재부 “종교인 과세는 과세형평성 차원에서 추진”=이용주 기재부 소득세제과장은 “세금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돈을 거둬 복지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라며 “불우이웃을 도우니 과세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건 (국민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과세형평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만큼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종교인 과세를 통해 걷을 수 있는 세금은 전체 예산에서 보면 아주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며 “세수를 늘리려는 게 아니라 과세형평에 대한 요구가 있기 때문에 이런 논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현 이용상 기자 100sh@kmib.co.kr
‘종교인 탈세 오해’는 정부 실책 때문… 과세 서두르면 탈난다
입력 2015-10-21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