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여개로 추정되는 좀비기업을 줄여나가기 위해 이들 기업에 대출을 할 경우 영업점은 물론 은행 직원에게도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은행에 대해선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의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좀비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자금이 정상기업으로 원활히 흘러 투자·고용 등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자칫 실업률이 치솟는 등 최근의 경기 침체기에 후폭풍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21일 기업 구조조정을 맡고 있는 은행들에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이 같은 내용의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 성과를 평가할 때 좀비기업에 대출하는 은행원과 영업점에는 불이익을 주되 적극적으로 좀비기업을 정비했을 때 오는 불이익은 막는 방향으로 여신심사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골자다. 은행원들은 주기적으로 영업점을 옮겨가는데 전임자가 해준 대출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좀비기업으로 판단하고 상환에 나설 경우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어 대출 회수에 소극적이었다. 따라서 기업대출 최전선에 있는 영업점 직원들이 바뀌어야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당국이 은행성과 평가(KPI) 손보기에 나선 것이다.
좀비기업의 상황은 심각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계기업 수는 3295개로 외부감사 기업 중 15.2%를 차지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년 연속 1 미만인 곳을 말한다. 돈을 벌어도 이자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은행 대출을 통해 연명해가기 때문에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LG경제연구원이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 능력을 분석한 결과 좀비기업 비중은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늘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선안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며 “한계기업 기준 등에 대한 논의도 여기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TF는 은행 여신심사 때 단순히 기업뿐 아니라 해당 산업 전망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어떤 기업에 부실 징후가 발생했을 때 대출 회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은행이 있다면 한계기업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검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