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셈법을 갖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20일(현지시간) 시리아 영공에서 양국 간 전투기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항공안전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로 공습 중 우발적 충돌로 인한 대규모 확전에 대한 염려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라크 정부마저 러시아에 공습을 요청할까 봐 미리 단속에 나서는 등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금 전 (미국과 러시아가) 양해각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쿡 대변인은 러시아의 요청에 의해 양해각서의 문안은 공개하지 않는다면서도 양측이 교신용 주파수와 ‘안전거리’ 유지 등에 관한 규정, 핫라인 수립 등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심이 집중됐던 ‘협력지역’ 설정이나 공습 시 정보공유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차관도 성명을 통해 “우발적 상황 방지를 위한 몇 가지 규칙과 제한 사항으로 구성된 이번 각서 체결이 매우 ‘중요하고 실용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안토노프 차관은 그러나 “시리아 문제에 대한 원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쿡 대변인 역시 “미국이 러시아의 정책을 지지, 협력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강조해 양측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음을 내비쳤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이라크마저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캐나다 총선 결과 차기 총리로 내정된 쥐스탱 트뤼도 자유당 대표가 “선거 공약대로 이슬람국가(IS) 공습에서 자국 전투기를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미국은 중동지역 내 입김 감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날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소식도 미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다급해진 미국은 이라크 정부를 압박해 ‘러시아에 IS에 대한 공습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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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시리아 상공 ‘최악 상황’ 피했다… ‘우발적 전투기 충돌 방지’ 항공안전 양해각서에 서명
입력 2015-10-21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