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직업훈련교도소 첫 취업면접 강의 현장 가보니… 수형복 대신 정장 차림 “실제 면접처럼 떨렸어요”

입력 2015-10-21 21:02
정장 차림의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수형자들이 20일 전문 취업강사에게 자기소개서 작성법, 넥타이 착용법, 면접장 예절 등을 배우고 있다. 법무부 제공

“면접관 앞에선 다리를 모으고 앉습니다. 대답할 땐 다른 면접관도 번갈아 바라봐야 해요.”

20일 경기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훈련동 강의실에서 수형자 11명이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수형복이 아닌 양복에 넥타이, 구두를 갖춘 정장 차림이었다. 수형자들은 각각 면접관, 면접자 역할을 맡아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았다.

오전에 시작된 강의는 5시간가량 이어졌다. 취업분야 전문 강사가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넥타이 착용법, 면접장 예절 등을 지도했다. 단독면접부터 단체면접까지 여러 상황을 가정한 실습도 진행됐다. 강사는 “비전과 꿈을 얘기하는데 눈은 아래를 보고 있다”고 조언했다. 가상면접을 마친 한 수형자는 “실제 면접처럼 떨렸다”고 했다.

유례없는 취업난에 교도행정도 바뀌고 있다. 직업훈련과정의 세분화를 넘어 면접예절, 대화기법까지 가르치고 있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선 이날 첫 취업면접 강의가 열렸다. 출소를 앞둔 수형자들의 원만한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서다. 강의에 필요한 정장도 교도소에서 제공했다. 법무부는 지난 6일부터 전국 53개 교정기관, 수형자 3000명을 대상으로 면접 강의를 전면 실시하고 있다.

국민일보가 방문한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경북직업훈련교도소와 함께 전국에 2곳 있는 직업훈련 특화 교도소다. 직업훈련과정은 27개로 가장 많다. 662명의 수형자들이 제과·제빵, 조리, 용접, 컴퓨터응용가공 등의 교육과정을 밟고 있다. 기능사나 산업기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데 합격률은 2013년부터 평균 96% 이상이다.

법무부는 각 지방 교도소에서 사회복귀 의지가 있는 모범수들을 선발해 화성교도소에서 교육받게 한다. 윤재흥 화성교도소장은 “수준 높은 자격증을 따고 나간 출소자들의 재범률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교도행정도 수형자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업훈련장 내부는 창문에 쳐진 철창만 빼면 여느 자격증 학원의 교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제과·제빵반에선 요리사 모자를 쓴 수형자 20여명이 직접 빵과 쿠키를 만들었다. 조리사 및 중식반에서도 요리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용접반의 17개 용접실에선 장비를 갖춘 수형자들이 실습을 했다. 직업훈련교육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이어진다. 그 사이 점심, 운동, 면회 등을 할 수 있다.

교도소 측은 직업훈련과 더불어 ‘구인·구직 만남의 날’을 열어 수형자들의 원활한 취업을 유도한다. 2개월마다 한 번씩 열리는데 통상 중소기업 10여곳이 참여한다. 2013년 참가자 121명 중 31명, 2014년엔 146명 중 44명, 올해는 92명 중 21명이 구인·구직의 날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 윤 소장은 “용접, 건축 등 3D 업종에선 여전히 사람을 구하기 어렵지만 출소자들이 원하는 조건과 기업 측이 제시한 연봉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회사생활의 편견을 극복하기 어려워 식당 등 개인 창업을 준비하는 수형자들이 많은데 최대한 취업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