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제개편 두루 검토하되 신중하게 추진돼야

입력 2015-10-21 18:31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학제 개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21일 당정협의에서 취학연령을 낮추고 초·중등학교 학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주문했고, 정부도 이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당정은 초·중등교육을 각각 1년씩 줄이는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학제도 전공 구조조정 등을 통해 현재 4년에서 1년 정도 단축하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청년들이 직업전선에 뛰어드는 입직(入職) 연령을 2년 정도 낮추기 위해서다. 초·중·고와 대학 전반의 학제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대형 수술이다.

현행 ‘6(초등학교)-3(중학교)-3(고등학교)-4(대학교)’ 학제는 지난 1951년 도입됐다. 그동안 사회 변화를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터라 일단 이번 개편안에 눈길이 간다.

기존 교육체제로는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도 많았다. 저출산·고령화에다 창의적 인재 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시대 흐름에 맞춰 학제를 개편해 왔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이번 방안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 학제 개편으로 수업 연수가 줄어들어 학부모의 자녀 학비 부담이 줄고, 학교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도 절약될 수 있다. 학생들의 정신적·신체적 발달에 비해 현행 학제가 정말 적합한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학제 개편은 과거에도 시도된 적이 있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9년 만5세 유아에 대한 무상교육의 단계적 확대를 통해 6-3-3-4학제를 바꾸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곧바로 수면 아래로 들어갔고, 노무현정부 초기엔 당시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5-5-3학제를 꺼냈다가 ‘개인 생각’이라고 주워담은 적도 있다.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식하지만 실천에 따르는 교육 현장의 혼란, 비용 등이 너무 크다. 교원 수급 및 교육시설, 교과서 개편, 병역 문제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그만큼 학제 개편은 어려운 과제이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을 무시한 채 입직 연령만 낮춘다고 해서 과연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문도 있다.

64년이나 이어져온 현행 학제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공론의 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적 파장, 효율성, 지능 발달 상황, 수학 능력, 이해도 등등 여러 각도에서 정말 깊이 있게 연구하고 조사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다. 지금처럼 ‘여러 가지 중 하나로 검토해보면 어떻겠느냐’ ‘이런 방안도 있는데 정부 생각은 어떠하냐’ 식의 졸속 접근으로는 어림도 없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세밀하고 심도 있게 검토한 뒤 추진돼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