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1일 경남 고성군 군수 재선거 지원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여당 의원 PC를 해킹했다는 정보와 관련해 “내 이메일도 누군가 계속 해킹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수시로 (중국 등지에서) 이메일 계정에 접속하려는 시도가 있어 비밀번호를 바꾸고 있는데 그걸 방지하기 위한 기법이 개발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국정원은 전날 정보위 국감에서 최근 북한이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의 PC를 해킹해 일부 국정감사 자료를 빼냈다고 보고했다. 해킹 대상 의원은 외교통일위원장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19대 국회 전반기 외통위 소속이었던 길정우 의원, 군 장성 출신 국방위원 등 현역의원 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킹으로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나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PC가 해킹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고, 길 의원도 “몇 달 전 PC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국회 기술자들이 새로 (프로그램 등을) 깔아준 적은 있는데 해킹된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했다. 두 의원 모두 “민감한 자료는 이메일로 주고받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국회 차원에서 자료 관리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사무처는 업무망에 대한 해킹 정황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원과 보좌관의 개인 메일까지는 국회가 관리할 수 없다”고 밝혀 개인이 이메일 패스워드 관리 등을 소홀히 하면 해킹과 바이러스 침투를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 9월까지 국회 안보 관련 상임위인 국방위(63건), 외통위(58건), 정보위(17건) 소속 의원실에서 138차례나 해킹을 당했으며, 대부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가사이버안전센터가 ‘국회 전산망 해킹 내역’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8대 국회가 개원한 2008년부터 2011년 6월까지 국회 전산망에서 해킹 등 보안침해 사건이 발생한 경우가 261건에 달했다.
국회사무처는 동시다발적인 사이버 테러가 발생할 경우 보안사고 예방 차원에서 본회의장 단말기의 외부 인터넷망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있지만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만 이뤄지는 조치다. 또 국회는 청와대, 정부부처와 달리 국정원의 상시 모니터링 대상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해킹과 바이러스 침투를 막는 데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30개월 넘도록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를 위해 정보위를 긴급 개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