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가진 뒤 브리핑에서 일본 자위대의 북한 진출 시 한국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는 한민구 국방장관의 발언에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한·미·일 간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를 “일본이 (북한 땅에 대한) 한국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카타니 방위상이 회담에서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고 말한 것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이 일본 방위성 발표를 인용해 이를 공개하자 국방부는 21일 뒤늦게 확인해줬다. 일본 입장의 핵심 부분은 빼고 변죽만 알려준 것이다.
때문에 국방부가 일본과의 ‘이견’은 감추고 ‘협력’ 부분만 ‘짜깁기’해 브리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양국이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이 부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말대로라면 일본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나카타니 방위상이 ‘일부의 지적’이라고 표현했지만 외교회담에서 직설적 표현을 자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일본은 북한을 한국의 지배가 미치는 범위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안보대화에서 대답을 회피했던 일본이 나름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즉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북한에서 군사작전을 할 때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가 필요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일본이 양국 간 합의를 무시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발표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2013년 12월 남수단에 파병된 한빛부대가 반군위협 대비용으로 일본 자위대 탄약을 대여했을 때도 일본은 마치 한국군이 구걸한 것처럼 표현했다. 당시 한국군은 남수단 유엔사무소를 통해 비축용 탄약을 요청했고 유엔사무소는 구경이 같은 자위대 탄약 대여를 주선했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