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은 수비와 절묘한 교체 타이밍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짜릿한 한 방. 기니전은 최진철(44) 감독의 지략이 돋보인 한 편의 드라마였다.
최 감독이 이끄는 U-17 축구 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칠레 라 세레나의 라 포르타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니와의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오세훈(울산 현대고)의 짜릿한 결승골을 앞세워 1대 0 승리를 거뒀다. 브라질과의 1차전에서 1대 0으로 이긴 한국은 조별리그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의 각급 남자 대표팀은 FIFA 주관대회에 총 36회(올림픽 포함) 출전했는데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고 2경기 만에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니가 공격 성향이 강한 팀이란 사실을 파악한 최 감독은 수비라인을 끌어내렸다. 모험이었다. 기니는 예상대로 경기 초반부터 거친 공세를 퍼부었다. 전반 기니는 9개의 슈팅을 날렸고 그 중 4개가 유효슈팅이었다. 한국은 3개의 슈팅을 날렸는데 유효슈팅은 1개였다. 한국은 안정된 수비로 골문을 지키며 간간이 역습에 나섰다. 전반은 최 감독이 생각한 승부처가 아니었다. 최 감독은 기니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을 노렸다.
0-0으로 시작된 후반 초반. 기니가 엄청난 기세로 한국을 몰아붙였다. 한국 수비진은 강고했고, 기니는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했다. 기니 선수들은 후반 중반부터 체력이 고갈된 듯 움직임이 둔해졌다.
최 감독의 선수 교체 타이밍은 절묘했다. 후반 45분 체력이 떨어진 이승우(FC 바르셀로나)를 불러들이고 힘이 넘치는 오세훈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오세훈은 투입된 지 약 2분 후 역습 상황에서 유주안(경기 매탄고)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려 결승골을 꽂았다.
최 감독의 용병술은 지난 18일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빛났다. 0-0 이던 후반 33분 최 감독은 박상혁(경기 매탄고)을 빼고 이상헌(울산 현대고)을 내보냈고 이상헌도 1분 만에 장재원(울산 현대고)의 결승골을 도왔다. 1, 2차전 모두 교체 선수가 도우미와 해결사로 맹활약한 것이다. 최 감독은 경기 후 “2승을 거두면서 조 1위를 할지 2위를 할지 고민하는데 이런 경우도 처음”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어 오세훈이 결승골을 터뜨린 데 대해 “경기 흐름상 전방에서 체력이 저하된 이승우를 교체해 줄 필요가 있었다. 전방에서 싸우며 제공권이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24일 오전 5시 1무1패를 기록한 잉글랜드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이 조 1위로 조별리그를 마치면 비교적 전력이 약한 A조, C조, D조의 3위 중 한 팀과 16강전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만약 브라질에 조 선두를 빼앗긴다면 F조 2위와 16강전에서 맞붙는다. F조 2위는 프랑스나 파라과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 힘겨운 경기가 예상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칠레 U-17 월드컵… 한국, 기니 꺾고 16강행 확정] 오! 세훈, 추가시간 대∼한민국
입력 2015-10-21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