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자, 내 거야.” “아니야. 내 거야.” “아까 내가 앉아 있었거든.” “지금은 내가 앉아 있잖아.”
푹신한 소파 하나를 두고 티격태격 싸우는 얘기다. 형제 혹은 남매가 있는 집이라면 비슷한 풍경은 다반사로 벌어 질 터다. 어른들이 볼 때는 유치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게 아이들 세상이다. 혹은 놀이터에서 시소 하나를 두고도 싸운다. 옆에 버젓이 다른 시소가 있는데도 꼭 그 아이가 앉은 그 시소가 탐이 나는 게 아이들 심보다.
서너 살 때부터 아이들은 소유욕이 생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무조건 손에 쥐고 만족할 만큼 가지고 논 다음에야 손에서 놓을 수 있다. 그들에게 형제끼리, 혹은 친구끼리 사이좋게 나누는 법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
저자는 아이들의 표정을 닮은 털복숭이 캐릭터를 내세워 나누는 기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훈계조가 아니다. 그들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덩치 큰 주황 털복숭이가 좀체 소파에서 일어서지 않자, 꾀돌이 보라 털복숭이는 빙글빙글 회전의자가 재미있다는 시늉을 한다.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다. 주황 털복숭이가 회전의자에 앉기 위해 일어서는 순간, 냉큼 소파에 앉는 보라 털복숭이….
결국 치고 박고 싸우고 한차례 소동을 피운 후에야 서로 미안하다며 악수하는 두 친구. 그리곤 사이좋게 놀러 나가고 소파는 엉뚱하게 제3자의 차지가 댔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들의 관심은 이미 소파에서 떠났으니까.
미국 뉴욕에 사는 부부 작가가 함께 썼다. 주황 털복숭이와 보라 털복숭이 캐릭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전작 ‘넌 (안) 작아’로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가 그해 최고의 그림책에 주는 ‘닥터 수스상’을 받았다.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그림책-내 거(아니)야 ] 푹신한 소파 두고 티격태격… 누가 차지할까?
입력 2015-10-22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