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가 발명됐지만 양초는 사라지지 않았다. 용도가 달라졌을 뿐이다. 양초는 낭만적인 물건이 됐다.’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를 기록한 이 책은 디지털 시대에 문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문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뭉개지는 잉크, 찢어지는 종이, 부러지는 연필심, 흔적이 남는 지우개, 접착력이 약한 풀…문구는 불완전하지만 매력적이다. 문구를 사용하는 것은 물리적인 일이다. 저자는 “물리적인 것은 뭔가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 한다”고 말한다.
문구류에 집착한 것은 제임스 워드만이 아니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 로알드 달은 매일 아침 딕슨 타이콘데로가 연필 6자루를 뾰족하게 깎은 다음에야 일을 시작했다. ‘분노의 포도’를 쓴 존 스타인벡은 ‘지금껏 써본 것 중 최고’라며 블랙윙602에 집착했다. 여행작가 브루스 채트윈은 몰스킨 노트 생산 중단 소식에 100권을 사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대가들이 사랑한 문구 이야기, 문구의 제조 기법과 과학적 작동 원리, 형광펜이나 포스트잇처럼 친숙한 문구의 탄생 비화 등 작지만 위대한 도구들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문구류 마니아인 저자는 2009년 ‘런던 문구 클럽’을 만들기도 했다.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문구류 마니아가 쓴 문구 이야기
입력 2015-10-22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