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51·사진). 데뷔작 ‘키친’으로 아픔과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밥 짓는 온기 같은 위로를 건넸던, 그래서 한국에서도 숱한 ‘바나나 팬’을 거느린 일본 작가다. 그가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응원메시지를 건네는 책이다. 가을 코트 안에 수첩처럼 쏙 들어 갈 크기의 이 책은 얇은 두께, 바나나 빛깔의 표지에서 눈치 채겠지만, ‘꼰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공부는 꼭 해야 할까, 죽으면 어떻게 될까, 나이를 먹는다는 건 좋은 일일까 등 청소년기에 가질 법한 불안과 투정, 질문에 맞춤한 8가지 주제로 꾸며졌다.
꼰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건 친구처럼 옆에 앉아 나직한 목소리로 얘기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내밀한 가정사까지 얘기하면서, 그것도 포장하지 않고 흠결이라면 흠결이랄 수 있는 상처까지 그대로 보여주면서….
저자는 중학생 시절의 심한 우울증, 어머니와의 서먹한 관계 등을 가식 없이 풀어낸다. 글이 공감을 끌어내는 힘이 여기에 있다. 그는 말한다. 돌이켜보면 “그 외로움에는 역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 외로움을 경험했기에 그 후 어른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엉엉 우는 어린아이를 인정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그가 처음 어른이 된 기분을 느낀 경험은 중학교 때다. 신장이상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자신을 걱정해 병원까지 와준 친척 할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넬 줄 알고 짐을 들어주는 그를 아버지는 놀라서 바라봤다. 자기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서 고마워할 줄 모르는 게 어린 날의 특징인데, 그 때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처음으로 타인을 배려한 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공부에 대해서는 쿨하다. 고교 시절 수업시간에 멍하게 앉아 있어 선생님을 불편하게 했던 그는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면 더는 어떻게 할 수 없지”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자녀는 지금 학력 인정이 되지 않는 자유학교에 다닌다. 바나나는 “(아이가) 재미있고 행복해”라고 얘기하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죽음, 노쇠함 등 철학적인 주제도 개인사와 결부시켜 무겁지 않고 따스하게 스며든다. 그에게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람은 뭘 하기 위해 태어났을까요. 저는 각자가 자기 자신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그렇게 자신을 끝까지 관철하면, 왜 그런지는 몰라도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더군요.”
이런 가치관 때문에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불안을 가진 청소년들에게 확신에 차 말하는지 모르겠다.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당신 자신이 되세요.” 김난주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책과 길] 꼰대 냄새 안나게… 청소년 공감 만점 ‘어른 탐구’
입력 2015-10-22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