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누님 “뼈마디 아플때 먹어” 약품 꺼내 건네며 눈시울

입력 2015-10-20 21:58
남측의 딸 이정숙씨(68)가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첫날인 20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측의 아버지 이흥종씨(88)를 만나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박문수(71)씨는 누나 박문경(83)씨를 75년 만에 만났다. 두 사람의 고향은 경북 경주였지만 문경씨가 1950년 2월 돈을 벌고자 서울로 올라간 뒤 넉 달 만에 6·25전쟁이 터지면서 소식이 끊겼다.

문수씨는 남에서 가져온 보따리를 하나씩 풀었다. 연고를 꺼내 “손 튼 데 바르라”고, 약을 꺼내며 “뼈마디 아플 때 먹어”라고 했다. 문수씨가 사진 한 장을 꺼내며 “엄마다. 기억 나나”라고 말하자 문경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권영환(70)씨는 북에서 온 형 권영구(85)씨를 위해 가족관계증명서를 준비했다. 증명서에는 서울 구로구청장 직인이 선명했다. 영환씨는 증명서에 적힌 부모님 이름 옆에 음력 기일을 적었다. “직인 잘라서 드릴게”라고 말하며 구청장 직인이 찍힌 부분을 잘라 형에게 건넸다. 귀가 어두운 영구씨가 잘 알아듣지 못하자 그의 딸 경희(47)씨가 아버지 귀에 “1992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대요”라고 말해줬다. 경희씨는 봉투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영환씨에게 건넸다. 녹색의 선물 명세서에는 양복천 1감, 속내의 2벌, 우유사탕 1곽 등 10여개의 선물 목록이 적혔다.

김주철(83)씨 가족은 북측의 형 김주성(85)씨 가족과 만나 30여분간 오열했다. 주철씨의 딸 홍이(59)씨가 초코파이, 오렌지주스를 삼촌 주성씨에게 건네며 “삼촌, 이것 좀 드셔보셔. 이거 먹으면 덜 피곤해요”라고 말했다. 주성씨가 이가 불편한 듯 주스만 마시자 주철씨가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20일 방북한 남측 상봉단은 북측 가족에게 줄 선물로 방한복 등 의류와 의약품을 주로 마련했다. 과자, 샴푸·린스 등 생활용품을 준비한 가족도 있다. 북측 가족 역시 선물을 준비했다. 다만 선물을 직접 상봉장에 가져오지 않고 선물 목록이 담긴 명세서만 꺼내 남측 가족에게 보였다. 주로 양복지와 와이셔츠 등 옷감과 식품었다.

대한적십자사는 북측 가족에게 주는 선물로 귀금속, 전자제품 등 고가품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금 또한 1500달러를 넘지 못한다. 선물을 담은 가방은 개당 30㎏을 넘지 못해 가족들은 가방 2∼3개에 선물을 나누어 담았다.

조성은 기자 금강산=공동취재단

jse130801@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