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편성한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안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올해도 계속됐다. 기재부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국고채 발행금리를 시장금리보다 높게 잡는 관행이 매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을 챙겨줘 예산안의 국회 통과를 순조롭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자상환 예산을 많이 편성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일 ‘2016년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고서에서 기재부가 제출한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안에서 8188억원 이상 감액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예정처 분석 결과 이만큼의 액수는 실제 필요 없는데 과다하게 책정했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국고채를 발행해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으로 쓰고 이에 따른 이자를 상환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자상환 예산으로 내년 20조5162억원을 편성했다. 올 7월까지 발행한 국고채에 대해서는 발행 당시 금리를 적용하고, 7월 이후 발행하는 국고채에 대해서는 연 3.5%의 금리를 적용해 나온 수치다.
그러나 예정처는 기재부가 적용한 발행금리 3.5%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올 8월까지 국고채 평균 발행금리는 연 2.21%이며, 이 금리마저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또 국가보증채권의 발행금리인 연 2.61%보다 국고채 발행금리가 높은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보통 국고채는 국가보증채권보다 안정성이 높아 발행금리가 더 낮다. 예정처는 국고채 발행금리를 2.61%로 적용했을 때 이자상환 예산을 1조917억원 절감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다만 금리 변동 가능성을 감안해 8188억원을 감액하라고 제시했다.
이 같은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 부풀리기는 고질적이다. 2010년 예산안의 경우 기재부가 편성한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안은 19조1001억원이었지만 국회에서 1조7188억이 깎였다. 2014년 예산안 국회 심사 때도 정부 예산안에서 1조4613억원이 감액됐다. 거의 매년 국회에서 1조∼2조원 감액되는 것이다. 게다가 감액된 예산도 남아돌아 매년 불용액이 1조원 정도 된다. 예정처는 매년 이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연례적으로 이자지출 규모를 과다하게 계상(計上)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부풀리기 관행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왜 기재부는 정부가 갚아야 할 이자를 실제보다 많이 잡는 것일까. 기재부는 시장의 변동 가능성 때문에 발행금리를 여유 있게 잡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회의 예산안 심사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 이야기는 다르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안 등에서 감액된 예산이 사실상 의원들 지역구 사업 예산으로 증액된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자상환 예산을 높게 잡는 것은 예산안 무사통과를 바라는 정부와 지역구 예산을 챙기려는 의원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기획]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 또 과다편성… 지역구 의원 사업예산 챙겨주기용?
입력 2015-10-20 20:27 수정 2015-10-20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