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부모 사이에 ‘AB형 딸’세상에서 하나뿐인 혈액형

입력 2015-10-20 21:32 수정 2015-10-21 17:08

‘ABO 혈액형’에선 부모가 모두 B형이면 자녀의 혈액형은 B형이거나 O형뿐이다. 그런데 모두 B형인 부모에게서 이런 유전법칙에서 벗어난 ‘AB형’인 딸이 나왔다. 학계는 돌연변이에 따른 ‘시조(始祖·founder) 혈액형’으로 인정했다.

삼상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조덕 교수팀과 순천향대병원 신희봉 교수팀은 난소 낭종(물혹)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은 29세 여성을 새로운 ‘시스-AB형(cis-AB)’의 첫 사례로 수혈의학 국제 학술지 ‘트랜스퓨전 메디신’ 최신호에 보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보통 ‘시스-AB형’은 부모 중 한쪽에서만 AB형 유전형질을 물려받아 만들어진다. ‘시스’라는 용어는 프랑스어로 ‘한쪽에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새로운 ‘시스-AB형’은 부모에게서 시스-AB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았다. 부모는 모두 정상 B형이다. 연구팀은 “본인에게서 처음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해 생긴 시스-AB형을 확인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혈액검사에서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시스-AB형 중에서도 ‘AB01형’은 국내에 인구 1만명당 3∼4명꼴로 발견되는데 이번에 발견된 ‘AB09형’은 국내외를 통틀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포괄적 명칭은 ‘시스-AB형’이지만 혈청학적 특징이 기존 ‘시스-AB형’과 전혀 다른 새로운 유형으로 분류됐다.

조 교수는 “적혈구 수혈 시에는 AB형이 아닌 다른 혈액형(O형) 제제를 수혈 받아야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