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송이 장미로 만든 십자가 한신대 신대원생 위해 기증

입력 2015-10-20 19:13
심명보 작가가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학대학원 예배당에 전시된 ‘장미 십자가’ 앞에 섰다. 그는 “17명의 딸을 한신대 신대원에 시집보내는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시 강북구 인수봉로 한신대 신학대학원 예배당 건물 안에 들어서면 커다란 장미 십자가가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서로 다른 두께(3㎝ 6㎝ 9㎝)의 캔버스에 그린 장미꽃 17송이가 십자가 형상을 하고 있다. ‘사랑과 열정(Love and Passion)'이라는 제목이 달린 십자가는 ‘장미화가’로 유명한 심명보 작가의 작품이다.

심 작가는 20일 “밝은 기운의 장미를 통해 십자가를 표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일상의 반란을 시도했다”며 “새로운 형식의 실험을 통해 피어난 장미와 십자가의 긍정적인 감성이 만난 전 세계 유일한 장미 십자가”라고 설명했다.

예술 분야에서 십자가는 로마 시대 범죄자를 처형하는 틀로서 어두운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심 작가의 장미 십자가는 사랑과 열정을 상징하는 장미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떨쳐내고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준다.

심 작가는 “한국에서는 영성과 예술의 결합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많지 않다”며 “이 장미 십자가가 목회자를 희망하는 신대원생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규홍 신대원장은 “21세기는 영성의 시대로 지성 못지않게 예술적인 감성 또한 중요하다”며 “학생들에게 창조적인 영감과 감성을 자극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감성 훈련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미 십자가는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 소속의 예닮교회를 출석하는 심 작가가 한신대와 인연이 있던 터라 지난 1년간 전시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최근 안산 시온성교회(임광영 목사)가 교회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신대원 발전기금을 맡기면서 학교 측에 기증할 수 있게 됐다. 발전기금은 작품 시가에 미치지 못하지만 심 작가가 흔쾌히 수용해 기증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 신대원장은 이날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심포지엄 행사 중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심 작가와 시온성교회에 감사패를 증정했다. 하지만 임광영 목사는 교인들의 마음을 모은 것뿐이라며 증정식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인터뷰도 정중히 사절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