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북구 인수봉로 한신대 신학대학원 예배당 건물 안에 들어서면 커다란 장미 십자가가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서로 다른 두께(3㎝ 6㎝ 9㎝)의 캔버스에 그린 장미꽃 17송이가 십자가 형상을 하고 있다. ‘사랑과 열정(Love and Passion)'이라는 제목이 달린 십자가는 ‘장미화가’로 유명한 심명보 작가의 작품이다.
심 작가는 20일 “밝은 기운의 장미를 통해 십자가를 표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일상의 반란을 시도했다”며 “새로운 형식의 실험을 통해 피어난 장미와 십자가의 긍정적인 감성이 만난 전 세계 유일한 장미 십자가”라고 설명했다.
예술 분야에서 십자가는 로마 시대 범죄자를 처형하는 틀로서 어두운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심 작가의 장미 십자가는 사랑과 열정을 상징하는 장미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떨쳐내고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준다.
심 작가는 “한국에서는 영성과 예술의 결합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많지 않다”며 “이 장미 십자가가 목회자를 희망하는 신대원생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규홍 신대원장은 “21세기는 영성의 시대로 지성 못지않게 예술적인 감성 또한 중요하다”며 “학생들에게 창조적인 영감과 감성을 자극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감성 훈련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미 십자가는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 소속의 예닮교회를 출석하는 심 작가가 한신대와 인연이 있던 터라 지난 1년간 전시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최근 안산 시온성교회(임광영 목사)가 교회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신대원 발전기금을 맡기면서 학교 측에 기증할 수 있게 됐다. 발전기금은 작품 시가에 미치지 못하지만 심 작가가 흔쾌히 수용해 기증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 신대원장은 이날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심포지엄 행사 중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심 작가와 시온성교회에 감사패를 증정했다. 하지만 임광영 목사는 교인들의 마음을 모은 것뿐이라며 증정식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인터뷰도 정중히 사절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17송이 장미로 만든 십자가 한신대 신대원생 위해 기증
입력 2015-10-20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