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10년뒤 은행 수익 60% 잠식할 것” 맥킨지 연차보고서

입력 2015-10-20 19:17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핀테크(금융+기술) 업체가 10년 뒤엔 기존 은행의 수익과 매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소매금융 부문에서 수익의 60%를 잠식한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일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글로벌 뱅킹 연차보고서’에서 분석한 핀테크 기업과 은행 간 ‘고객 경쟁’을 소개했다. 맥킨지는 “핀테크 기업이 기술과 가격 우위를 내세워 은행 고객 기반에 침투하고 있다”며 “금융 서비스가 디지털화하고 고객들도 온라인을 선호하면서 핀테크로 고객 이동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2025년이 되면 소비자금융(신용대출, 할부금융 등 개인신용을 기반으로 자금 조달) 부문은 은행 수익의 60%, 매출의 40%를 핀테크 업체가 잠식할 것으로 봤다.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진입이 쉽고, 핀테크 기업의 기술적 우위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혁신속도가 빠른 지급결제 분야나 자산관리, 중소기업대출 등에서도 은행 수익과 매출은 각각 10∼3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맥킨지는 “고객중심 혁신은 은행 문화를 바꾸는 게 시작”이라며 “핀테크와의 ‘고객 전쟁’에서 생존하려면 업무절차와 디지털 기술을 혁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핀테크 흐름에 대응하려면 금융 당국과 금융사 모두 ‘규제 보호막’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국 핀테크 기업 육성기관인 엔틱의 에릭 밴 더 클레이 상무이사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규제 환경은 이미 설립된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중요한 건 설립된 기관들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야 엄청난 규모로 새롭게 열리는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연말 서울에 아시아를 선도하는 ‘핀테크 허브’를 구축할 것”이라며 “1000억∼1500억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조성해 연간 40∼50개 핀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육성프로그램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틱은 지난 5∼6월 금융위원회 및 서울시와 각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금융박람회, 스마트시티 등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