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 수급 불균형으로 우유업계의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다. 수익성 악화로 우유업계 1위 서울우유가 월급 일부를 돈 대신 유제품으로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업계에선 우유 소비가 단기간에 개선될 수 없는 만큼 우선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지난 6월 우유, 치즈 등 유제품을 직원들에게 판매한 후 판매액만큼을 떼고 월급을 지급했다. 유제품 판매액은 7∼9월 석 달간 월급에서 공제됐다. 직원 2000여명 중 1800여명이 회사 제품을 구입했고, 판매액은 4억여원에 이른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평소 명절 때 직원 복리후생 차원에서 내부에 판매하던 것을 우유소비촉진 운동 차원에서 석 달간 시행한 것”이라며 “노동조합과 임원들까지 자발적으로 구입했고 구매액도 직원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자발적이라고는 했지만 자사 제품을 대규모로 구입하게 한 것은 우유업계 상황이 그만큼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서울우유의 경우 올해 상반기 18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일유업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51억원에서 75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 흑자로 돌아서긴 했으나 회사 측은 “마케팅 등 각종 비용을 줄인 결과”라고 밝혔다.
특히 서울우유는 협동조합 형태로 다른 사업으로의 진출이 제한돼 있어 수요 감소에 따른 피해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조합원인 낙농가를 감안해 원유 공급을 쉽게 줄일 수 없어 재고 부담도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우유 가격이 수요 감소를 감안해 보다 낮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원유가격은 2013년 8월 도입한 ‘원유가격연동제’로 인해 전년도 원유가격에 생산비 증가분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결정된다. 사실상 가격이 낮아지기 힘든 구조다. 이에 따라 수급에 따라 가격이 보다 탄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낮아진다고 해서 수요가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대형마트 등에선 ‘원 플러스 원’ 등의 행사를 수시로 진행해 사실상 할인 판매를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수요가 생각만큼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별로 발효유 등 신제품을 출시하고 수출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출산율 감소 등으로 인한 수요 감소를 감당하긴 힘든 상황이다.
업계에선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공급을 통한 해결을 우선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낙농진흥회의 경우 지난 상반기 3400마리를 도축하고 추가 도축을 논의 중이다. 박순 낙농진흥회 수급본부장은 “2011년 구제역 이후 원유 증산이 지나친 부분이 있다”면서 “초과 생산 이후에는 공급을 쉽게 줄일 수 없는데 그런 부분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乳맥경화’ 우유업계, 공급 조절이 답이다
입력 2015-10-20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