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신사참배, 눈물로 회개합니다”… 예장합동 소래노회 ‘신사참배 취소 및 회개예배’

입력 2015-10-20 19:12
20일 경기도 용인 소래교회에서 진행된 ‘신사참배 취소 및 회개예배’에서 예장합동 소래노회 성도와 총신대 관계자들이 신사참배의 역사를 회개하며 통성으로 기도하고 있다. 용인=전호광 인턴기자

“주여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옵소서. 우리가 큰 죄를 범했습니다. 우리가 죄를 범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회개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푸소서.”

20일 경기도 용인 총신대(총장 김영우 목사) 양지캠퍼스 소래교회에서 77년 전 신사참배를 가결하고 평양신사를 참배했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회개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래노회(노회장 김경철 목사)는 지난 15일 정기노회에서 만장일치로 신사참배 결의를 취소한 데 이어 이날 ‘신사참배 취소 및 회개예배’를 소래교회에서 드렸다.

소래노회 소속 목회자와 성도, 총신대 관계자들은 “일경의 총칼 위협이 있었더라도 신사를 참배한 것은 명백한 간음이고 우상숭배”라며 역사와 민족 앞에 회개했다. 이들은 “해방이 되어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참된 회개를 하지 못했다”며 한탄했다.

기도를 통한 죄의 고백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모습으로까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신사참배가 강압에 무릎 꿇은 것이라면 현재 우리의 우상숭배는 탐욕의 유희이기에 더욱 악하다”며 “이익을 위해 교회의 경건성과 예배의 거룩성을 이용하고 권력을 사랑했다”고 참회했다. 참가자들은 뒤늦은 회개에 대해 거듭 반성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눈물을 닦으며 설교를 전한 예장합동 전 총회장 안명환 목사는 “선조들이 눈물겨운 신앙심으로 지켜온 이 땅에서 돈 참배, 권력 참배라는 우상을 무너뜨리고 민족의 신앙을 지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래노회 신사참배 취소 및 회개위원장 박세환(백승교회) 목사는 “지금 회개하지 않으면 다음세대에서는 지은 죄의 역사까지 모두 잊게 될 것”이라며 “지금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순교의 마음으로 회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래노회는 이날 총신대 신대원생들과 함께 양지캠퍼스 강당에서 ‘소래노회의 날’ 행사를 열었다. 초대 소래교회에 걸려 있던 태극기의 원형을 살린 액자가 전달됐다. 노회장 김경철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마음으로 조국애를 태극기에 담아 신앙생활을 했던 선조들의 모습을 현 세대들이 계승해 나갔으면 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 목사는 “어리석어서 우상을 섬기고 생명의 길이 아닌 죽음의 길을 가는 우리에게 구원을 주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임을 깨닫는 이 시대의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소래교회는 서상륜·경조 형제가 황해도 장연군 대구면 송천리에 세운 한국 최초의 자생교회로서 그 역사성을 계승하고 초대 한국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 회개하자는 의미로 1989년 복원됐다.

용인=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