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작품인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의 흥행 성공으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은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1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났다. 지난 1일 ‘진주조개잡이’ 제작발표회에서 포용·상생·도약으로 압축되는 국립오페라단의 방향성을 언급했던 김 단장은 좀 더 구체성을 띤 계획을 밝혔다.
그는 오디션 제도의 정례화, 시즌 레퍼토리 시스템 확립, 개런티 책정의 객관성 확보, 지역 공연 활성화, 해외 오페라단과의 합작 및 해외공연 활성화, 전문 영상물 제작 및 DVD 유통 등 6개 계획을 소개했다. 김 단장은 “절대 뜬구름 잡는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로서 평가받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일단 재능 있는 성악가들이 국립오페라단에 찾아올 수 있도록 오디션 제도를 정례화하는 것이나 아티스트들의 개런티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하기 위해 해외 오페라하우스 사례를 조사해 매뉴얼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은 바람직하며 실현 가능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나머지 계획은 김 단장과 국립오페라단의 노력만으로 될 수 있겠느냐는 말들이 벌써부터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되는 것이어서 임기 3년의 김 단장이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국립오페라단은 해외 성악가나 연출가 등을 다소 비싼 개런티를 주고 데려온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적어도 3∼4년 전부터 스케줄을 잡는 국제 오페라계 관행에서, 예술감독 선임의 연속성도 없고, 연간 단위로 계획이 잡히는 국립오페레단 입장에서는 좋은 아티스트를 섭외하려면 높은 개런티를 줄 수밖에 없다. 전문 영상물 제작 및 유통도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DVD를 해외시장에 팔려면 스타 아티스트들의 섭외가 가장 중요한데, 이것도 최소 3∼4년 전부터 이뤄져야 한다.
레퍼토리 시스템 확립과 해외 오페라단과의 합작 역시 경비 절감 및 운영 효율화를 위해서 필요하지만 전용극장도 없는 데다 세트 보관 창고조차 부실한 국립오페라단이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작품이 수십년의 생명을 갖는 해외 오페라하우스와 달리 국립오페라단은 아무리 잘 만든 작품이라도 3∼4년 공연한 뒤 세트 등을 불태우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처럼 근대에 해외 공연예술이 이식된 일본의 신국립극장오페라단은 철저하게 국제 오페라계의 규범과 관행을 따르고 있다. 좋은 작품은 레퍼토리로 축적하는 한편 일본 내에서 자주 공연하기 어려운 작품은 해외 오페라하우스와의 합작과 재공연을 연동시켜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결국 국립오페라단이 실현 가능한 중·장기 플랜을 세우려면 상급기관인 예산과 인사권을 쥔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줌인! 문화] 뛰려는 국립오페라단, 발목잡는 현실
입력 2015-10-20 20:30